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홍콩이 다음달 본토와의 왕래를 전면 재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국 당국은 신규 확진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과 광둥성에 이어 감염이 동부로 확산하면서 테슬라 상하이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경제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양성 의료진도 현장 투입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전날 “다음달 중순 이전에 중국 본토와 홍콩의 인적 왕래를 전면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통관업무 조정팀을 꾸려 본토 관련 부서 및 광둥성, 선전시와 방안을 마련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홍콩 사람도 중국으로 갈 때는 외국 입국과 마찬가지로 ‘5+3(시설 5일·자가 3일)’ 격리해야 한다. 2020년 1월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은 왕래를 엄격히 통제해 왔다. 광둥성 선전과 홍콩을 오가며 통학이나 통근하던 사람들의 발이 묶였고, 광둥에서 홍콩으로 공급하던 채소 육류 등의 물류도 큰 차질을 빚었다.

홍콩을 통해 본토에 가려는 사람에 대한 통제 방침도 관심사다. 홍콩은 지난 9월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를 해제했다. 당국은 홍콩 경유 무격리 입국을 광둥성까지만 허용하거나, 홍콩에서 5일 이상 체류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등 일일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위생건강위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연구 등을 위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조치는 공식 통계가 실제 상황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7일 유전자증폭(PCR) 검사 전수검사를 중단한 데 이어 14일부터 무증상 확진자 현황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감염 후 폐렴이나 호흡부전으로 숨진 사람만 집계하고 있다.

마지막 공식 발표인 23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4103명이다. 일부 도시 지방정부는 하루 수십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둥성 칭다오 위생건강위는 하루 49만~53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추정했다. 광둥성 공업도시 둥관의 위생건강국은 하루 25만~30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추산했다. 둥관에선 의료 자원 부족으로 22일 기준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 2528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선 중국인이 모국에 보낼 감기약을 싹쓸이하고 있다. 일본 약국들은 일부 약품의 1인당 구입 한도를 제한했다. 한국에선 감기약 원료 재고가 바닥날 상황이라고 한 제약사 관계자가 전했다.

평소보다 3주 빠른 춘제 휴가

베이징과 광둥성에서 정점을 지난 코로나19 확산은 상하이 등 남동부로 이동하고 있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을 중심으로 한 창장삼각주 공업지대의 공장들은 절반 이상이 연말부터 춘제(설) 휴가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춘제 연휴는 1월 21일부터 시작하지만 귀성을 위해 앞뒤 1~2주를 더 쉬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춘제는 상당수 사업장이 3주가량 더 일찍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상하이공장도 24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12월 마지막 주 휴업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한 소식통은 상하이 공장과 인근 부품업체 근로자들이 확진돼 지난주에도 공장을 정상 가동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