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니, 포파페드레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생활용품 브랜드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린 ‘이탈리아 디자인 브릿징’ 행사에서 조르지오 디 툴리오 디자이너는 “장인이 설립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이탈리아)는 장인을 기업으로 성장시킨다. 연속적인 혁신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길드(동업자 조합)가 활성화됐던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전국 각지의 장인들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란 표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모든 상품이 이탈리아에서 설계, 제조, 포장돼야 한다는 정책도 내놨다. 이탈리아 제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장인들은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혁신했다. 가정용품 브랜드 구찌니의 창업자는 아르헨티나 이민 시절 눈여겨봤던 소의 뿔을 보고 빗을 만들었다. 장인들이 일군 소기업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패션, 가구,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했다.

실용성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갖춘 이 같은 이탈리아 제품들은 최근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페르디난도 구엘리 이탈리아 무역공사 서울무역관장은 “올해 한국의 이탈리아 제품 수입액은 작년보다 17.4%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이탈리아 디자인의 최대 화두는 ‘지속 가능성’이다. 재활용 소재로 만든 텀블러, 버려진 목재를 활용한 가구 등 기후위기와 탄소배출 등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품 소재, 기능 등을 결정하는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정이다. 툴리오 디자이너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제품 설계, 제조 등 시스템은 물론 전반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업 기회도 찾고 있다.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한국과 이탈리아 협력의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경 문제 대응하기 위해선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