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해밀톤호텔 횡령·로비 의혹 수사(종합)

가족에 급여 명목 회삿돈 지급…사용처 추적
"이임재, 허위보고서 작성 지켜봐"…연내 검찰 송치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불법 증축으로 참사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는 해밀톤호텔 소유주 일가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최근 이모(75) 해밀톤호텔 대표이사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수본은 지난달 초 해밀톤호텔 본관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이 대표를 입건하고 소환 조사한 바 있다.

특수본은 해밀톤호텔 회계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내이사와 감사로 각각 등재된 이 대표의 모친 강모(94)씨와 아내 홍모(70)씨에게 수 년 동안 급여 명목의 회삿돈이 비정상적으로 지급된 정황을 확인했다.

특수본은 호텔 측이 실제 업무와 무관하게 급여를 지출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로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포함한 자금 흐름 전반을 추적 중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었기 때문에 로비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수사 초기부터 해밀톤호텔이 불법 구조물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용산구청 등 행정기관 공무원과 유착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언급해왔다.

해밀톤호텔은 불법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용산구청의 통보에도 2014년 이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내며 철거를 미뤘다.

특수본은 지난 23일 구속한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을 상대로 보강조사를 한 뒤 29일 또는 30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에는 오후 10시 32분께 송 전 실장이 1분 40여 초간 통화를 하며 무언가를 설명하듯 손짓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수본은 이를 근거로 이 전 서장이 송 전 실장을 통해 현장 상황을 파악했고 "통화 연결이 불량했다"거나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이 오후 11시께"라는 이 전 서장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CCTV에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1시 5분 현장에 도착한 이후 자신의 도착시간을 상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하는 이태원 파출소 직원을 뒤에서 지켜보는 장면도 담겼다.

특수본은 이를 상황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로 봤다.

특수본은 주말 동안 피의자 조사 없이 오는 26일 열리는 박희영(61)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준비에 주력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최 과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함께 참사 당일 밤 지인과 술자리에서 사고를 인지하고도 현장으로 가지 않고 귀가해 직무유기 혐의도 받는다.

특수본은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최 과장이 당일 오후 11시께 구청 직원의 연락을 받고 사고 현장과 가까운 녹사평역까지 택시로 이동했다가 차를 돌려 집으로 간 사실을 확인했다.

특수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를 최 과장의 직무유기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