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式 '독단 경영'을 바라보는 실리콘밸리의 엇갈린 시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트위터 인수 후 잡음·악재
재택금지·일방적 구조조정
"충동적이고 분열만 심화시켜"
잇단 비판과 악재에 사퇴 밝혀
일부선 '머스크식 리더십' 찬사
"복지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의
노동문화 바꿀 구루로 여겨"
재택금지·일방적 구조조정
"충동적이고 분열만 심화시켜"
잇단 비판과 악재에 사퇴 밝혀
일부선 '머스크식 리더십' 찬사
"복지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의
노동문화 바꿀 구루로 여겨"
“그의 충동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이 분열을 심화시켰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지구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창의적인 사람.”(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실리콘밸리가 다시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모습을 ‘독단적인 경영’이라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과잉복지’가 일반화된 실리콘밸리의 노동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경영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경영에 반발해 퇴사한 직원도 나왔다. 일부는 부당 해고 등을 이유로 트위터를 고소하기도 했다. 트위터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그가 이끄는 다른 기업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직원들도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유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사 기자들의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매출도 위기에 놓였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트위터의 주요 광고주는 ‘콘텐츠 검열 완화’를 우려하며 광고를 중단했다. 트위터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트위터 악재’는 테슬라에도 번졌다. 머스크는 이달 트위터 자금난 해소를 위해 보유한 테슬라 주식 2200만 주(35억8000만달러어치)를 처분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트위터 경영에 신경을 쓰느라 테슬라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커졌다. 트위터 인수 이후 테슬라 주가는 40%가량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수장이었던 게이츠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폭동의 조장을 막고 백신과 마스크의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없애야 하는데, 그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트위터에) 객관적인 조치 대신 즉흥적인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가에서 집중적으로 테슬라를 다뤄온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도 “머스크가 ‘트위터 악몽’을 끝내야 한다”며 CEO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비판을 의식한 머스크는 지난 18일 자신이 트위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1750만 명이 넘게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57.5%가 ‘사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흘 만에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CEO 자리를 맡을 만큼 충분히 멍청한 사람을 발견하면 당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며 “나는 소프트웨어와 서버팀만 맡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머스크식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노동자에게 과잉 복지를 제공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제매체 포천은 “관리자들은 지난 10년간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제공하고 각종 휴일을 제공하는 등 노동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머스크는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대신 과감히 그만두라고 했다”고 평가했다.
로이 바핫 블룸버그베타 벤처투자가는 “머스크는 많은 CEO가 원하고 있는 것을 실제로 실행한다”며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다른 기업인들은 머스크를 복지가 넘쳐나는 실리콘밸리 노동문화를 바꿀 구루(guru·권위자)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식 리더십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최근 기술기업들이 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연이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경영 혁명을 시작할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나타났던 ‘대사직의 시대(Great Resignation)’가 저물며 직장 내 권력이 노동자에서 경영진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미국 인사 관리업체 챌린저앤그레이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들은 지난달에만 5만9710명을 해고했다. 전년 동기 대비 535% 넘게 증가한 수치다.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는 1만10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1만 명가량 감축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노동문화를 연구하는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역사학 교수는 “고용이 나빠지면 직원 복지를 제공하지 않아도 구직자가 넘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이 자연히 줄어든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지구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창의적인 사람.”(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실리콘밸리가 다시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모습을 ‘독단적인 경영’이라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과잉복지’가 일반화된 실리콘밸리의 노동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경영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잇따른 악재에 사퇴 의사도 밝혀
머스크가 지난 10월 440억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한 뒤부터 대내외적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라그 아그라왈 CEO를 경질하고 트위터를 이끌어온 머스크는 인수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금지했다. 이어 그는 수천 명에 달하는 트위터 직원을 해고했다.경영에 반발해 퇴사한 직원도 나왔다. 일부는 부당 해고 등을 이유로 트위터를 고소하기도 했다. 트위터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그가 이끄는 다른 기업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직원들도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유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사 기자들의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매출도 위기에 놓였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트위터의 주요 광고주는 ‘콘텐츠 검열 완화’를 우려하며 광고를 중단했다. 트위터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트위터 악재’는 테슬라에도 번졌다. 머스크는 이달 트위터 자금난 해소를 위해 보유한 테슬라 주식 2200만 주(35억8000만달러어치)를 처분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트위터 경영에 신경을 쓰느라 테슬라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커졌다. 트위터 인수 이후 테슬라 주가는 40%가량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수장이었던 게이츠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폭동의 조장을 막고 백신과 마스크의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없애야 하는데, 그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트위터에) 객관적인 조치 대신 즉흥적인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가에서 집중적으로 테슬라를 다뤄온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도 “머스크가 ‘트위터 악몽’을 끝내야 한다”며 CEO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비판을 의식한 머스크는 지난 18일 자신이 트위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1750만 명이 넘게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57.5%가 ‘사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흘 만에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CEO 자리를 맡을 만큼 충분히 멍청한 사람을 발견하면 당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며 “나는 소프트웨어와 서버팀만 맡을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 노동문화 바꿀 리더?
NYT, WSJ 등은 ‘머스크식 리더십’이 일부 경영진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NYT는 “최근 몇 주 동안 실리콘밸리 기업인과 영향력 있는 투자자들을 취재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머스크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이들은 과거 금기시됐던 강압적인 경영에도 트위터가 건재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이들이 머스크식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노동자에게 과잉 복지를 제공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제매체 포천은 “관리자들은 지난 10년간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제공하고 각종 휴일을 제공하는 등 노동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머스크는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대신 과감히 그만두라고 했다”고 평가했다.
로이 바핫 블룸버그베타 벤처투자가는 “머스크는 많은 CEO가 원하고 있는 것을 실제로 실행한다”며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다른 기업인들은 머스크를 복지가 넘쳐나는 실리콘밸리 노동문화를 바꿀 구루(guru·권위자)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식 리더십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최근 기술기업들이 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연이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경영 혁명을 시작할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나타났던 ‘대사직의 시대(Great Resignation)’가 저물며 직장 내 권력이 노동자에서 경영진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미국 인사 관리업체 챌린저앤그레이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들은 지난달에만 5만9710명을 해고했다. 전년 동기 대비 535% 넘게 증가한 수치다.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는 1만10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1만 명가량 감축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노동문화를 연구하는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역사학 교수는 “고용이 나빠지면 직원 복지를 제공하지 않아도 구직자가 넘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이 자연히 줄어든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