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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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동조합 253개를 대상으로 재정 관련 서류 비치 및 보존 의무를 점검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할 방침이다. 또 노동조합이 별다른 제한 없이 선임하던 '회계감사원'도 일정 자격이 있는 사람이 공정하게 뽑힐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노동조합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을 손보겠다고 예고한 정부가 전격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으면서 회계 투명성 확보에 대한 고삐를 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낡고 경직적인 제도의 개선과 함께 불합리한 노사 관행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정부는 노조의 재정 점검에 나선다.

먼저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253개소를 대상으로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른 서류 비치 및 보존 의무 이행 준수를 요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면 대상 사업장은 한국노총 136개, 민주노총 65개, 전국노총 4개, 대한노총 1개, 미가맹 47개다.

노조법 14조에 따른 비치 대상 서류는 ①조합원 명부, ②규약, ③임원의 성명‧주소록, ④회의록, ⑤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이며 이 중 회의록과 재정 관련 서류는 3년간 보존 대상이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노조는 각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

정부는 이들 노조에 오는 29일부터 안내문을 발송해 우선 내년 1월 말까지 자율점검 기간을 부여하고 조치 결과를 보고토록 한다. 조합원이 재정 운용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이다. 이행 준수 여부는 체크리스트와 증빙자료 등 자율점검 결과서를 통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1000명 이상 노조, 재정 보고하라"…고용부, 후속 조치 발표
만약 점검 결과를 제출하지 않거나 일부 서류가 누락된 경우 노조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 노조법에도 회계감사원을 통한 노조의 회계감사가 의무화돼 있다.

다만 감사원의 자격 제한이 없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에 대한 공표 의무도 있지만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규정이 형해화, 사문화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과 시기를 명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밖에 불합리한 노사 관행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포괄임금 오·남용, 특정노조 가입과 탈퇴 강요, 재정운영 결과의 공개 거부 등 노조와 사용자를 불문하고 위법한 행위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신고 사항이 사실로 확인되면 회사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노조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등 엄정 대응한다.

이 장관은 "일부 노동조합은 관련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에게 재정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조합원들 역시 노조의 재정 운영상황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다"며 "노동조합도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조합원, 미래세대인 청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할 때"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