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일본은행, 너마저?…금융시장에 불거진 日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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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
이때부터 근 10년동안 일본은행은 무제한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해왔다. 그랬던 일본은행이 지난 주 있었던 금융정책회의에서 급작스런 정책변경을 단행했다. 10년물 국채금리의 허용범위를 0.25%에서 0.50%로 확대하는 사실상의 통화긴축 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내년에는 마이너스 금리정책(현재 -0.1%)을 포기하고 기준금리를 플러스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일본은행의 정책조정을 금융시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리란 점을 알면서도 일본은행이 성급히 정책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1)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기대했던 순기능(경기회복)보다 역기능(인플레이션, 엔화가치 하락 등)이 큰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2)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지자였던 아베 전 총리가 이젠 없으며, 3) 곧 임기가 끝나는 현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차기 총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결자해지 의지 등이 복합된 결과일 것 같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선진국 중 유일하게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오던 일본은행마저 이제는 긴축정책으로 가는 첫걸음을 뗀 만큼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전망이다.
이런 취약한 경제구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본 국채시장은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고, 국채시장 규모도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시행해온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일본국채 시장의 안정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22년 전세계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점증했던 시기에도 일본 국채금리만큼은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었기에 시장위험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전방위적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기여한 측면도 없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또, 엔캐리(Yen Carry)라고 불리는, 일본의 초저금리를 이용해 엔화로 차입하고 고금리통화 국가에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는 ‘20년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게는 수천억 달러, 많게는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엔캐리 자금은 헷지 펀드(Hedge Fund), 사모 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등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성향의 자금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일본 엔화로 조달하는 차입금리 상승)과 환 부담(엔화 강세)이 동시에 커진다면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면서 이들이 투자대상으로 삼았던 국가의 금리상승, 주가하락, 환율 변동이 확대될 위험도 크다.
앞으로 일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나라와도 결코 무관치는 않다. 지금껏 900원 수준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은 ‘23년 중에는 1,0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의 정책전환을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
<요약>
1. 일본은행, 사실상의 통화긴축 단행. ‘23년 중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 포기 가능성
2. 일본 發 금융시장 위험 증가. 엔 캐리 청산 시 각국 금리상승, 주가하락 위험
3. 원/엔 환율, ‘23년 중 1,000원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 높아
1. 일본은행, 사실상의 통화긴축 단행. ‘23년 중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 포기 가능성
2. 일본 發 금융시장 위험 증가. 엔 캐리 청산 시 각국 금리상승, 주가하락 위험
3. 원/엔 환율, ‘23년 중 1,000원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 높아
일본은행, 사실상의 통화긴축 단행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총리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일본은행(Bank of Japan) 총재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 東彦)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임명했다. 신임 구로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Bank 0f Japan)은 일본 재무성(Ministry of Finance)과 정책협정을 맺고, 일본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나가고, 재무성은 무리하게 재정건전성 달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합의했다이때부터 근 10년동안 일본은행은 무제한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해왔다. 그랬던 일본은행이 지난 주 있었던 금융정책회의에서 급작스런 정책변경을 단행했다. 10년물 국채금리의 허용범위를 0.25%에서 0.50%로 확대하는 사실상의 통화긴축 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내년에는 마이너스 금리정책(현재 -0.1%)을 포기하고 기준금리를 플러스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일본은행의 정책조정을 금융시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리란 점을 알면서도 일본은행이 성급히 정책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1)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기대했던 순기능(경기회복)보다 역기능(인플레이션, 엔화가치 하락 등)이 큰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2)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지자였던 아베 전 총리가 이젠 없으며, 3) 곧 임기가 끝나는 현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차기 총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결자해지 의지 등이 복합된 결과일 것 같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선진국 중 유일하게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해오던 일본은행마저 이제는 긴축정책으로 가는 첫걸음을 뗀 만큼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전망이다.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지금껏 일본 국채시장은 안정적으로 유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Sovereign Credit Rate, Standard & Poor’s 기준)은 다른 선진국인 독일(AAA), 미국(AA), 영국(AA), 프랑스(AA) 등에 비해서 낮은 A+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나라(AA)보다도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 받고있다. 또 일본의 지난 20년 동안의 평균성장률은 0%대 초반에 그치고 있고, 같은 기간 세수증대 규모는 1.5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는 250%를 상회하며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다.이런 취약한 경제구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본 국채시장은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고, 국채시장 규모도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시행해온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일본국채 시장의 안정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22년 전세계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점증했던 시기에도 일본 국채금리만큼은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었기에 시장위험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전방위적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기여한 측면도 없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발 금융시장 위험 증가. 전세계 금리상승, 주가하락, 환율변동 위험 확대
일본 내 대형 시중은행(Commercial Bank)은 일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해왔다. 그 규모는 약 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비은행금융기관(NBFI: Non-Bank Financial Institution),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통한 달러자금 조달 규모를 더하게 되면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정책을 전환하고,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달러자금 조달 시 제공한 일본국채의 담보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차입 달러에 가산금리(흔히 이를 Japan Premium으로 일컫는다)가 추가로 요구될 수 있거나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본 국채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엔 지난 9월 경험했던 것과 같은 ‘영국 발 쇼크’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또, 엔캐리(Yen Carry)라고 불리는, 일본의 초저금리를 이용해 엔화로 차입하고 고금리통화 국가에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는 ‘20년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게는 수천억 달러, 많게는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엔캐리 자금은 헷지 펀드(Hedge Fund), 사모 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등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성향의 자금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일본 엔화로 조달하는 차입금리 상승)과 환 부담(엔화 강세)이 동시에 커진다면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면서 이들이 투자대상으로 삼았던 국가의 금리상승, 주가하락, 환율 변동이 확대될 위험도 크다.
앞으로 일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나라와도 결코 무관치는 않다. 지금껏 900원 수준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은 ‘23년 중에는 1,0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의 정책전환을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