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간 전세 매물이 역대 최대 규모로 쌓였다. 전세매물 적체는 전세가 동반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이는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의 세입자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대급 전세매물 적체가 부동산 시장의 거래 메커니즘에 일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쌓이는 서울 전세매물…"내년이 더 걱정"

○서울 전세 물량 ‘역대급’으로 쌓였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22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5490건에 달했다. 2020년부터 전세 매물을 집계한 이후 최대 규모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2일의 5만1478건보다 4012건이 늘었다. 지난 6월까지 월 2만 건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7개월 사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7월 3만 건을 넘어선 뒤 9월 4만 건에 이어 11월부터는 월 5만 건대에 진입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를 역전하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한 여파다. 전세 거래도 크게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월 1만1585건에서 8월 1만1240건, 9월 1만42건, 10월 9935건, 11월(26일 기준) 7853건으로 감소했다.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2월 셋째주 94.9로 지난달 셋째주(98.9)에 비해 한 달 사이 4.0포인트 떨어졌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2020년 말 12억원에서 현재 7억~8억원으로 2년 사이 5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재계약을 앞둔 상당수 임대인은 떨어진 전셋값 보전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다.

마포구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경우 23일 7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11억7000만원보다 4억2000만원 내린 가격이다. 실제 계약 과정에서 인터넷상에 올라온 최저가 매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포구 성산동 G공인 관계자는 “워낙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인터넷에서 보고 온 매물 호가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집주인과 흥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입주 물량 늘어나는 내년이 더 걱정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많은 내년에는 역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올해(3만5935가구)보다 4.8% 많은 3만7689가구가 입주한다. 같은 기간 인천은 4만6805가구에서 5만1900가구로, 경기는 10만4847가구에서 11만1351가구로 늘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올해보다 9% 많다.

서울은 대단지 신축 입주가 예고돼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3375가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2990가구,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1425가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그라시엘’ 1152가구 등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신규 단지 분양자들의 세입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많이 증가하는 지역에서는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다시 낮아지기 전까지는 역전세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이 인근 수도권 지역 하락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의 전세가격은 경기·인천 등 주변 수도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년에도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