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온 이후 연이어 종전을 위한 협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용 가능한 해결책과 관련이 있는 모든 당사자와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고, 협상 여부도 결국 그들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종전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전쟁 장기화의 탓을 이들에게 돌린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이후 종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DC 정상회담 하루 뒤인 지난 22일에도 “우리의 목표는 군사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게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외교적 협상을 통한 종전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이 계속해서 종전 희망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원론적인 입장일 뿐 실제 협상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원하는 건 종전이 아니라 전쟁 재정비를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그의 협상 운운과는 별개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 내 2개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발진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24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공격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26일 새벽엔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 옌겔스의 공군 비행장을 공격해 두 차례 폭발음과 함께 도시 공습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라는 사실을 푸틴 대통령이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