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모두 고사" K바이오 1세대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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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바이오·알테오젠·펩트론·수젠텍 500억 펀드 조성 추진
자금조달 혹한기 장기화되자
신약개발 포기하는 벤처 속출
"바이오 생태계 전체 무너질라"
선배들이 80억 출자 '마중물'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모집
자금조달 혹한기 장기화되자
신약개발 포기하는 벤처 속출
"바이오 생태계 전체 무너질라"
선배들이 80억 출자 '마중물'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모집
‘1세대 바이오벤처’ 네 곳이 뭉쳐 바이오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바이오기업의 자금 조달난이 장기화하자 선배 창업자들이 돈줄 역할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자금줄이 말라 신약 개발을 포기하는 회사가 속출하자 K바이오의 경쟁력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투자 대상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비상장 바이오벤처다. 운용은 바이오 투자 경험이 많은 벤처캐피털(VC)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300억원 규모 펀드 결성을 마무리해 내년 1분기 투자에 나서는 게 1차 목표다. 바이오기업의 자금 보릿고개가 1년 넘게 이어졌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펀드를 띄우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들여 펀드 규모를 500억원까지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대기업과 제약회사 등 전략적 투자자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했다. 자금 투자뿐 아니라 기술 이전과 신약 상업화 과정에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판단에서다.
상당수 바이오벤처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버티며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창업자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30년 넘게 어렵게 쌓은 K바이오의 기술 경쟁력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회사만 버틴다고 성공할 순 없다”며 “바이오 생태계 전체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K바이오 대표 주자들이 펀드 조성에 참여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미국 대형 제약사 암젠에 자체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 사용 권리를 최대 1조6000억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도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제형 변경(정맥주사→피하주사)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
펀드 참여 4개 기업은 후배 바이오기업들에 신약 개발 전략과 경영 노하우도 조언할 계획이다.
레고켐바이오(김용주) 알테오젠(박순재) 펩트론(최호일) 수젠텍(손미진) 창업자 네 명은 모두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옛 LG생명과학) 연구자 출신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어온 주역들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1세대 벤처’ 80억원 출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펩트론 수젠텍 등 바이오벤처 네 곳은 최대 5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들 네 곳이 80억원을 출자하고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나머지를 채우는 형태다. 증권사 등 3~4개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200억원가량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주요 투자 대상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비상장 바이오벤처다. 운용은 바이오 투자 경험이 많은 벤처캐피털(VC)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300억원 규모 펀드 결성을 마무리해 내년 1분기 투자에 나서는 게 1차 목표다. 바이오기업의 자금 보릿고개가 1년 넘게 이어졌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펀드를 띄우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들여 펀드 규모를 500억원까지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대기업과 제약회사 등 전략적 투자자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했다. 자금 투자뿐 아니라 기술 이전과 신약 상업화 과정에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판단에서다.
○“K바이오 생태계 무너질라”
펀드 조성 아이디어는 바이오 존립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깐깐해진 바이오벤처 상장 심사,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다. 매출 없이 외부 투자금에 의존해 수년간 연구개발(R&D)을 이어가야 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상당수 바이오벤처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버티며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창업자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30년 넘게 어렵게 쌓은 K바이오의 기술 경쟁력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회사만 버틴다고 성공할 순 없다”며 “바이오 생태계 전체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분위기 반전 마중물 기대
기대하는 건 분위기 쇄신이다. 박 대표는 “지금 바이오업계와 투자 시장은 과도하게 움츠러들어 있다”며 “업계의 선배 세대가 먼저 용기를 내 투자하면 많은 시장 참여자가 따라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바이오업계에 다시 돈이 몰리게 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다.K바이오 대표 주자들이 펀드 조성에 참여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미국 대형 제약사 암젠에 자체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 사용 권리를 최대 1조6000억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도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제형 변경(정맥주사→피하주사)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
펀드 참여 4개 기업은 후배 바이오기업들에 신약 개발 전략과 경영 노하우도 조언할 계획이다.
레고켐바이오(김용주) 알테오젠(박순재) 펩트론(최호일) 수젠텍(손미진) 창업자 네 명은 모두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옛 LG생명과학) 연구자 출신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어온 주역들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