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사례가 국내 처음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해외 체류 후 귀국한 뒤 뇌수막염 증상을 보여 응급이송된 환자가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태국에서 4개월간 체류한 50대 한국 남성으로, 지난 10일 귀국 당일부터 증상이 시작돼 다음 날인 11일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21일 사망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전 세계 호수와 강과 온천, 토양 등에서 발견되는 아메바의 일종이다. 호수나 강에서 수영할 때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다.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해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을 유발한다.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는다. 다만 종교 목적이나 비염 치료에 사용하는 코 세척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서 전파될 가능성은 있다.

감염 후 잠복기는 2~15일이다. 감염 초기에는 두통이나 정신 혼미 증상이 나타났다가 점차 심한 발열, 구토, 경직 등이 생기고 혼수상태를 거쳐 사망에 이른다. 뇌척수액과 뇌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실험실 배양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늦다. 최근 유전자 검사 도입으로 검출률이 높아지면서 진단과 치료 시기가 그만큼 빨라졌다.

1937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세계 최초로 확인된 뒤 2018년까지 381건이 보고되는 등 감염 자체는 드물다. 하지만 감염 후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예방을 위해 발생이 보고된 지역을 여행할 때 수영을 삼가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