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항공기 다섯 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남하한 뒤 5시간 넘게 우리 영공을 휘저으며 정찰 활동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군은 공격 헬기를 이용해 기관포 사격까지 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다.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모두 북으로 돌아가거나 우리 레이더 탐지에서 사라져 사실상 ‘작전 실패’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北 무인기에 5시간 뚫린 영공…軍, 100여발 쏘고도 격추 실패

○군 “공격 헬기 등으로 격추 시도”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25분께부터 북한의 무인기 다섯 대가 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비행했다. 무인기 한 대는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서울 북부 지역까지 비행한 뒤 약3시간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네 대는 강화도 서쪽으로 순차적으로 진입해 강화도 지역에서 총 5시간 가량 활동하다 서해로 빠져나가 우리 군의 탐지 시스템에서 사라졌다. 군은 이들 네 대는 서울 지역 진입 무인기를 위한 ‘교란용’으로 판단했다. 우리 군 조종사는 “육안으로 무인기를 식별했고, 날개 전장 기준 2m급 소형 무인기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을 군 당국이 확인한 것은 2017년 6월 이후 약 5년6개월 만이다.

군 당국은 이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포착한 뒤 즉각 KA-1 경공격기 등 공군 전력과 육군 공격 헬기 등을 출격시켰다.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도 수차례 했다. 강화 교동도 일대를 비행한 무인기에 대해선 격추 목적으로 사격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공격 헬기는 서해 해상 쪽으로 100여 발의 기관포 사격을 했지만, 조준 사격이 아니어서 명중률이 떨어졌다.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우리 국민들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했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유·무인 정찰기를 투입, 북한군 주요 시설을 정찰하는 등 북한군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도 했다. 우리 정찰자산은 북한의 영공 침입 거리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침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27일 현장부대 방문·점검

북한의 이번 영공 침범은 1953년 정전협정, 2018년 9·19 군사합의를 모두 위반한 것으로 평가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반도의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북한은 12월 결산 총화기간에는 도발을 자제해 왔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모든 자산과 방법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 국면을 계속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가 장시간 우리 상공을 휘젓고 다닌 데다 격추까지 실패하면서 군의 대비 태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민간 거주지 상공에서 우리 군이 적극적인 작전을 펴지 못한 것을 감안해도 이번 대응 작전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군의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군 관계자는 “답변이 제한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정찰기가 북한으로 넘어갈 때 요격 시도를 활발하게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이번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27일 현장 작전부대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 무인기는 소형인 데다 통상 하늘색이어서 전투기 조종사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격추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