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파에 가스파이프도 꽁꽁…사망자 속출
역대급 강추위가 미국을 강타한 가운데 전력 생산과 난방에 필요한 천연가스 공급 부족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스관 안에 있는 액화가스가 얼어붙으면서다. 미국의 하루 천연가스 생산량이 최근 약 10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파와 폭설로 인해 미국 내 일부 천연가스 사업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한파에 가스 수요 늘어

텍사스주를 비롯해 천연가스 주요 생산지의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공급량이 급감했다. 이날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 본토 48개 주의 천연가스 공급량은 전날 대비 약 10%(100억 세제곱피트) 감소했다. 이날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천연가스 수요는 2019년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천연가스 공급량이 줄어들자 전력 생산에 원유를 쓰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선 지난 24일 전력의 40%를 원유로 생산했다.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력량은 총 생산량의 15%에 그쳤다. 뉴잉글랜드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통상 천연가스를 발전 연료로 써왔다. 비상 사태가 벌어질 때만 연료비가 비싼 원유를 사용했다.
美 한파에 가스파이프도 꽁꽁…사망자 속출
한파로 난방 및 전열기구 사용량이 크게 늘어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가스 주요 생산지인 텍사스와 뉴잉글랜드 등에선 160만 가구가 24일 한때 정전 사태를 겪었다.

미 동부 최대 전력업체인 PJM은 이날 “강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고지했다. 뉴욕 등의 3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콘솔리데이티드에디슨도 “에너지 사용량이 폭증해 뉴욕시 도심으로 통하는 가스관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밝혔다.

전력 도매가는 급등했다. 전력업체가 비상시 다른 업체에서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하는 현물가는 24일 장중 메가와트시(㎿h)당 2000달러를 넘겼다. 지난주 가격은 ㎿h당 30달러였다.
미 전력 발전의 3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도 반등했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1월물)은 장중 MMBtu당 5달러 아래로 내렸다가 반등해 전 거래일보다 1.6% 상승한 5.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일 사상자 속출

혹한·폭설 등을 동반한 이번 겨울폭풍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연휴에 미국에선 사상자가 속출했다. NBC방송은 이번 겨울폭풍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3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에선 50중 추돌사고 등 눈길 교통사고로 10여 명이 숨졌다.

시간당 최대 110㎝ 폭설이 내린 미 버펄로주의 피해가 가장 컸다. 버펄로주의 지역보안관인 마크 폴로네즈 카운티장은 “사망자 일부는 차에서, 또 일부는 길거리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강풍과 혹한으로 항공편도 줄줄이 취소됐다. 항공정보업체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23~24일 이틀간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3488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25일에도 1800여 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한파의 원인을 북극의 ‘극 소용돌이’로 꼽았다. 극 소용돌이는 일조량이 적어지는 겨울철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통상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도는 공기 흐름인 제트기류에 막혀 북극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최근 제트기류가 약화하자 극 소용돌이가 경로를 이탈해 북반구를 덮쳤다는 설명이다. 미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극지방을 도는 소용돌이의 강도가 2020년부터 위축되며 평년보다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