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플랫폼 종사자가 전년 대비 13만명 넘게 늘어난 80만명으로 조사됐다. 또 '40대' '주업형' 종사자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인기를 끌어왔던 배달‧배송‧운전 직종의 종사자는 2.2% 증가에 그친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가사‧청소‧돌봄 직종 등에서는 종사자가 급증(89.3%)했다.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노동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플랫폼 노동시장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시됐다. 종사자 설문은 전국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총 5만명(15~69세)을 대상으로 전화 및 온라인 표본조사로 실시됐다.

플랫폼 종사자 13만명 증가…40대·전업형 급증

배달, 번역 등 '고객만족도 평가'에 따라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약 80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약 66만 명 대비 13.4만 명(20.3%) 증가한 수치며, 취업자(15~69세)의 3.0%에 해당했다. 남성은 74.3%(59만명), 여성은 25.7%(20만5000명)로 조사됐다.

또 온라인 플랫폼(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 등)의 단순 중개‧소개 또는 알선을 통해 일거리(일감)를 구한 종사자까지 모두 포함한 '넓은 의미(광의)'의 플랫폼종사자는 약 292만 명으로 지난해 약 220만 명에 비해 약 72만2000명(32.9%)이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35.3%)가 전년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31.0%), 50대(21.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장년층이 플랫폼 노동 시장의 확장세를 견인한 것이다. 반면 15~19세(△57.19%), 20대(△11.3%)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플랫폼종사자 중 규모가 가장 큰 배달‧배송‧운전 직종은 2.2% 증가에 그친 반면, 가사‧청소‧돌봄 직종(89.3%) 등에서는 종사자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에 힘입은 것이란 설명이다. 또 웹 기반형 플랫폼 직종(미술 등 창작활동, 데이터 입력 등 단순 작업 등), 전문서비스 등도 일감 증가 등의 영향으로 종사자가 많이 증가한 모습이다.

플랫폼을 주업으로 삼는지, 즉 '근무 실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주당 20시간 이상 노동하거나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업형'은 지난해 31만2000명에서 45만9000명으로 무려 47.0%나 급증했다.

반면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 25~50% 수준이고 주당 10~20시간만 일하는 부업형은 지난해 26만1000명에서 16만8000명으로 35.8% 감소했다.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의 25% 미만이거나 주당 10시간 미만 노동을 하는 간헐적 참가형은 지난해 8만8000명에서 올해 16만9000명으로 증가해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배달 기사 인기 '시들'…요즘은 '이 직업' 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배달‧배송‧운전 직종이 차지하는 비중(75.9%→64.5%)이 많이 감소하고, 주업형과 간헐적 참가형으로 플랫폼 노동이 양분화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의 최근 플랫폼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평균 수입 146만원...18.9% 증가


플랫폼 노동으로 번 전체 월평균 수입은 146.4만원으로 전년(123.1만원) 대비 18.9% 증가했다.

한편 최근 3개월(올해 9월~11월) 동안 1년 전에 비해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0%로, 수입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인 24.7%에 비해 약 두 배 높았다.

직종별로 보면 배달‧배송‧운전 직종에서는 수입이 감소했다는 응답률이 과반(55.0%)을 기록했지만, 웹 기반형 직종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수입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월평균 근무 일수(14.9→14.7일) 및 일평균 근무 시간(6.3 → 6.4시간)은 전년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자료: 고용정보원(천명, %)
자료: 고용정보원(천명, %)
플랫폼종사자 중 12.9%는 "현재의 플랫폼 일자리가 본인의 첫 번째 일자리"라고 응답했다. 10명 중 1명 이상이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노동시장에 최초로 진입하는 것이다.

플랫폼 일자리로 이동한 이유에 대해선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62.6%로 1위를 차지했고, ‘일하는 시간이나 날짜의 선택이 가능해서’(18.0%), ‘일에 있어서 개인이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가질 수 있어서’(6.9%)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플랫폼 종사자 중 이직 의사가 있는 비율은 54.0%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자(52.0%)가 여자(46.0%)에 비해 이직 의사가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54.3%), 30대(52.2%), 20대(52.2%) 순으로 높았다. 플랫폼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보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직종별로는 가사‧청소‧돌봄(54.3%)과 배달‧배송‧운전(53.8%) 등 지역기반형 플랫폼 직종의 이직 의향이 비교적 높았고, 정보기술(IT) 관련 서비스, 미술 등 창작활동, 데이터 입력 등 단순 작업과 같은 웹 기반형 플랫폼 직종의 종사자는 이직 의향이 38~44% 수준으로 비교적 낮았다.

한편 플랫폼 이용 시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 또는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63.4%로 전년(42.3%)에 비해 크게 증가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처한 플랫폼 종사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46.4%로 전년 대비 17.3%포인트, 산재보험 가입률은 36.5%로 전년 대비 6.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유진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종사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플랫폼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플랫폼종사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차별받지 않을 권리, 쉴 권리 등)를 중심으로 법‧제도적 보호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