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대형 승용차에 연료를 가득 채우면 75L, 대형 화물차에는 600L 안팎의 기름이 필요하다. 보잉 747 계열의 대형 항공기가 인천에서 미국 LA까지 갈 때는 18만L를 싣는다. 1만㎞인 비행거리로 계산하면 L당 효율은 0.1㎞에 불과하다. 사람을 태우는 여러 내연기관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모빌리티는 항공기다. 항공기의 배출가스 문제가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150명이 기차를 타고 1㎞를 이동할 때 1명당 14g의 탄소를 배출하는 데 비해 88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같은 거리를 이동하면 1명당 무려 285g을 내뿜는다.

항공기의 이동 거리를 보면 의외로 짧은 운항이 많다. 1863년 유럽 항공관제를 위해 설립된 유로컨트롤은 운항 거리에 따라 단거리(1500㎞ 이하) 중거리(1500~4000㎞) 장거리(4000㎞ 이상)로 나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절반 이상의 항공기는 단거리 및 중거리에 몰려 있다. 과학자들은 단거리 비행에 주목했다. 항공 배출가스 의무 감축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 가능한 대체 동력을 고려하면 단거리 항공기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항공기 탄소 배출 규제 ‘코르시아’에 따르면 2027년부터 탄소 배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항공사는 벌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항공사마다 하이브리드 전기(HE) 또는 배터리 전기(BE)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쓰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가장 빠른 동력 전환 방식은 하이브리드와 100% 배터리 전기다.

새로운 비행 수단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엔경제사회국(DESA) ‘세계 도시화 전망’에 따르면 30년 안에 25억 명이 도시에 유입돼 2050년 도시화율은 68%까지 높아진다. 약 50억 명이 도시에 몰려 산다는 전망이다. 한국만 해도 이미 인구의 90%가 도시에 거주 중이다. 이는 도시 내 ‘이동 복잡도’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항공기 배출가스 감축, 도로의 복잡성 해결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온 게 단거리 자율비행이다. 활주로 없이도 고층 빌딩 옥상에서 이착륙이 가능해야 하고, 배터리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아 탄소 배출도 없어야 한다. 육상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하던 이들도 고개를 들어 자율비행에 관심을 갖고 있다. 도로보다 장애물이 적어 자율비행 구현이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수직 이착륙도 가능한 시대에 이르러서다. 자율 비행은 수많은 기업이 ‘이동 잠재력’을 펼칠 기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많다. 도심항공교통(UAM)의 법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은 UAM이 항공으로 분류되는 만큼 조종 면허가 필요하다. 일부 국가는 운전면허에 추가 교육을 받으면 조종을 허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UAM 조종을 위해 교육받는다면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운전면허시험장을 가야 하는지, 아니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행하는 여객 운수종사자 자격을 취득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제는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권용주 퓨처모빌리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