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우현철 플레인바닐라 이사
[마켓PRO] "2023년, 해외전환사채로 밑은 막히고 위는 열린 투자 가능"
올해는 서학 개미들에 가혹한 한 해였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에너지, 헬스케어와 일부 방산테마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큰 폭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연초대비 S&P500 지수는 약 20%, 나스닥 지수는 약 33%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내년 주식시장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는데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하락장에서 밑은 막히고 위는 열린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좀 더 마음 편한 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외전환사채를 활용하여 이와 같은 마음 편한 투자방법을 소개해 봅니다.

국내와 다른 해외 전환사채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으로, 채권 만기 이전에 신용사건(Credit Event)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투자기간 중 이표(Coupon)와 만기에 액면금액을 상환 받을 수도 있고, 주가가 전환가격(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기준가격)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주식으로 전환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도 추구할 수 있는 채권입니다. 그래서 전환사채는 전형적인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구조의 투자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전환사채의 경우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자산입니다. 국내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의경우 신용등급이 없거나,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2000억 이하이거나, 채권과 주식을 발행하다 결국 더 이상의 자금조달이 어려워 전환사채시장을 기웃거린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실제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가 기업의 자금조달 목적 보다는, 대주주의 경영권 확보나 자녀에 회사를 세습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전환사채의 경우 우리나라 전환사채와 사정이 다릅니다. 우선 익숙한 대갑업의 발행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테슬라, 소니, 에어버스, 지멘스, 루이비통, 행안국제 등, 이름만으로도 친숙한 기업들이, 실제로 자금조달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국내에서 좀비기업들이 제도를 악용하는 것과 다르게, 말 그대로 ‘멀쩡한’ 기업의 발행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발행규모에 있어서도 차이가 큽니다. 역사적으로 발행규모가 큰 한해였던 2021년 기준, 미국의 신규 전환사채 발행액이 약 900억 달러(한화 약 115조원), 한국의 경우 약 10조 5천억원으로, 약 10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환사채 시장이 사모가 주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지만, 해외 전환사채의 경우 공모시장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즉, 해외시장이 좋은 채권을 골라서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유통시장 역시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전환사채 유리함을 살리려면 매입가는 액면가 이하에서

하지만, 전환사채가 언제나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자산은 아닙니다. 전환사채 특성상 전환가격을 넘어간 채권의 경우, 그 성격이 주식처럼 바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패리티가 높아지면 가격도 높아집니다. 경험상 미국달러로 거래되고 있는 CB들은 패리티 100%정도가 되면 대부분 가격이 $120 내외 수준(발행가는 $100이 대부분)까지 올라갑니다. 따라서, 전환가격을 넘긴 전환사채를 채권으로 접근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주가상승에 대한 믿음이 강할 경우, ‘차라리 채권보다는 주식을 직접 매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래는 테슬라와 익스피디아의 주가와 전환사채 가격을 같이 놓고 본 그림입니다. 테슬라 전환사채의 경우, 현재 주가가 전환가인 20.65달러를 한참 넘어선 123달러에 매매되면서, 주식과 전환사채의 가격이 같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채권으로의 특성보다는 주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마켓PRO] "2023년, 해외전환사채로 밑은 막히고 위는 열린 투자 가능"
[마켓PRO] "2023년, 해외전환사채로 밑은 막히고 위는 열린 투자 가능"

아래는 익스피디아의 주가와 전환사채 가격을 같이 놓고 본 그림입니다. 익스피디아 전환사채는, 현재 주가가 전환가 255달러 보다 아래인 133달러입니다. 이에, 채권가격은 밑은 막힌 움직임을 보입니다. 앞으로 전환가에 다다르려면 120달러 이상의 주가상승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하방은 막히고 위는 열린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결국, 전환사채를 ‘액면가 근처에서’ 투자할 경우 디폴트 리스크만 피하면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주식투자와 다름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원칙으로 전환사채에 접근한다면, 보다 마음편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마켓PRO] "2023년, 해외전환사채로 밑은 막히고 위는 열린 투자 가능"
- 디폴트리스크가 낮으면서, 거래량이 뒷받침되는 우량채권으로 유니버스 한정
- 액면가 100달러 근처, 혹은 그보다 아래 가격에서 매수할 것
- 전환가에 다다를 경우 매도를 고려, 혹은 주식전환보다는 채권을 매도 (채권매매 비과세)

아쉽게도 현재는 투자수단이 많지 않은 것은 단점

이런 매력적인 전환사채. 문제는 투자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모펀드 사태전까지만 해도 일부 사모펀드와 신탁 등에서 특정종목에 집중하여 투자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일부 사모펀드에서 국내 전환사채에 문제가 생기면서 현재는 대부분 막힌 상태입니다.

그래도, 자산가라면 맘에 드는 전환사채를 찍어서 증권사에 구해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고, 종목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10억원 이상 단위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최소 거래단위가 작지 않은 금액입니다. 여기에, 매도할 경우에도 최소거래단위 이하로 쪼개서 파는 것도 불가한 경우가 있어서 큰 규모의 자산가만 접근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가끔 대형증권사들이 괜찮은 해외 전환사채를 신탁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도 일부 증권사에서 당사 자문을 통해 가입가능한 전환사채 신탁이 가입 가능합니다.

공모펀드의 경우 멀티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에서 글로벌전환사채펀드를 오래전에 출시하였으나, 현재는 모두 잔고 10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해당 펀드들이 개별 전환사채 특성을 살려 전환가 이하에서 담는 것이 아닌, 해외전환사채 지수를 추종하면서 성과가 부진한데 따른 결과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전환사채라도 전환가 위에서 거래할 경우 주식과 다름없이 움직입니다. 문제는 해당 펀드의 벤치마크인 글로벌전환사채 지수의 경우 시가총액 비중대로 전환사채를 편입할 뿐 전환가격에 의한 선별이 없습니다. 따라서, 해당 지수에 편입된 전환사채 종목의 상당수가(특히 테슬라전환사채) 전환가를 넘긴 상황에서, 밑을 막는 투자가 어렵게 됩니다.

블룸버그로 검색해 보면, 글로벌 전환사채가 3천개가 넘습니다. 금융이나 부동산 관련된 애매한 종목을 제회하고, 만기가 짧게 남은 종목을 제외하더라도, 미국 한정으로 약 200여개 종목이 거래할만 합니다. 이렇게 밑은 막히고 위는 열린 대표적인 상품인 전환사채가 이렇게 많은데 언제까지 전환사채라고 꺼리기만 할지 궁금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전환사채들은 주식과 디폴트리스크는 같거나 적고, 위는 상당부분 열려있는데 말입니다. 금번 글은 이런 안타까움에서 시작하여, 앞으로 많은 전환사채 투자상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