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기업으로 떠오른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장에 일찌감치 투자한 ‘선견지명’ 덕분에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호실적' K배터리…완성차업계 거물 구애 쏟아져
27일 배터리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K배터리’ 기업들의 올해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5036억원(이하 증권업계 전망치 평균), 삼성SDI는 61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각각 565%, 132% 증가한 수치다.

올해 전체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작년보다 92% 증가한 1조4758억원, 삼성SDI는 81% 늘어난 1조928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에서 배터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후발주자인 SK온은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SK증권은 SK온의 영업손실 규모가 3분기 1350억원에서 4분기 220억원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K배터리 3사의 실적 호조는 선제적인 기술 개발이 올해부터 빛을 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수율(생산량 중 양품 비중)은 90% 이상으로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최고 수준이다. 질뿐만 아니라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일찌감치 생산설비를 구축하며 다른 기업을 따돌리고 있다.

IRA 또한 K배터리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IRA 조항 내 배터리 원산지 규정(내년 3월 발효 예정)을 충족하는 ‘K배터리’를 구하기 위한 완성차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거물’들이 줄지어 한국을 찾고 있는 것도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위해서다. 이번달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이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했고, 지난 9월엔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8월엔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위해 방한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