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산하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기업인 크림이 다음달 총 2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다. 2020년 3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5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지 약 3년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규모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

1년 만에 기업가치 두 배 이상 ‘껑충’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다음달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약 2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한다. 크림은 이달까지 시리즈C로 1700억원을 조달해 몸값으로 약 9200억원의 평가를 받았다.

업계는 크림이 시리즈C를 2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완료하면 기업가치가 9700억~98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콘 기업 기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작년 10월(약 4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모기업 스노우를 비롯해 미국계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 일본 소프트뱅크의 VC인 소프트뱅크벤처스, 네이버 등이 주요 주주다.

크림은 일반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한정판 운동화와 시계, 명품 등을 사고팔 수 있도록 C2C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 플랫폼에선 장난감, 음반, 게임 카드 등 고가 수집품도 거래된다.

취향 맞춤형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했다. 올 1분기 거래액은 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2분기엔 240%, 3분기엔 270% 늘었다. 올해 플랫폼 내 거래액은 무난히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국경 넘는 장터 만든다

크림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액을 서비스 고도화와 각국 C2C 플랫폼 투자 등에 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아우르는 크로스보더(국경을 넘은) C2C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서울에 사는 플랫폼 이용자가 태국에서만 발매된 한정판 운동화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각국 C2C 플랫폼에 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올 들어서만 310억여원을 썼다. 지난달엔 인도네시아 기업 PT카루니아의 지분 19.73%를 약 20억원에 사들였다. PT카루니아는 현지 1위 리셀(재판매) 플랫폼 킥애비뉴를 운영한다. 지난 7월엔 말레이시아 셰이크핸즈에 약 22억3200만원을 투자해 지분 22.47%를 취득했다. 셰이크핸즈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니커라를 운영한다. 올초엔 싱가포르 가전제품 중고거래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테크놀로지에 36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자체적으로 C2C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네이버와도 시너지를 도모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16억달러(약 2조36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포시마크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크림의 시리즈C 라운드에 500억원을 출자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네이버가 자회사인 스노우를 거치지 않고 크림에 직접 투자한 첫 번째 사례다.

외형 확장에 이어 수익성 개선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크림은 지난해 매출 33억원, 영업손실 595억원을 냈다. 가품 여부 확인 등 제품 검수 비용 등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영향이다. 적자 개선을 위해 올 들어선 그간 방침이던 수수료 무료 정책 손질에 들어갔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판매자 수수료를 인상할 예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