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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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CJ제일제당은 이번 전쟁을 치르면서 치열한 명분 싸움도 병행하고 있다. 납품단가(판매수수료)를 둘러싼 건곤일척의 승부가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소비자, 주주, 전·후방 기업 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7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인플레이션 방파제’가 돼 소비자 후생에 기여하는 것을 이번 전쟁의 핵심 가치로 꼽는다. 쿠팡에 ‘가격’은 양보할 수 없는 지향점이다. 쿠팡은 올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물가 방어의 첨병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해 쿠팡만의 ‘적정 가격’을 찾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게 도움을 줬다.

쿠팡은 첨단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정한 가격을 적용하는 데엔 부동의 1등 납품사라고 해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지난해 말 납품단가 협상에서 커피믹스 1위 동서식품과 혈투를 벌인 것도 그런 사례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서 동서식품 제품이 올초 3개월간 쿠팡에서 판매되지 않기도 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한식의 세계화’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화한 해외 사업은 이제 안정 단계로 접어들어 회사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올 3분기 해외에서만 식품사업으로 전년 대비 23.0% 늘어난 1조38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국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K푸드’ 본고장인 한국에서 흔들리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CJ의 판단이다.

박종관/한경제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