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회장 아닌 시스템으로 은행장 뽑는다
연말을 맞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DGB금융그룹의 경영 승계가 주목받고 있다. 회장과 사외이사 몇 명이 비공개 회의를 거쳐 CEO 연임·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CEO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후보를 발굴하고 평가를 거쳐 차기 CEO를 선임하고 있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2일 차기 대구은행장으로 황병우 DGB금융 전무(55)를 발탁했다.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던 현 행장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체계화한 경영 승계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운영한 결과라는 게 DGB금융의 설명이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사진)은 2018년 취임 이후 금융권 처음으로 CEO 육성·선임을 기반으로 한 인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등 계열사 CEO 잠재 후보군을 추려 2년 가까이 어학능력 개발과 현장 직무교육(OJT), 전문가와의 1 대 1 멘토링 교육 등을 한다. 이번 대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잠재 후보군의 경영 성과와 교육 평가 점수 등을 반영해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 5명을 선발했다. 이달 초부터는 5명 후보에 대해 리더십·지배구조·금융·인사·재무 분야 세부 검증 등을 거쳐 후보별 점수를 공개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했다. 그 결과 황 전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후보로 뽑혔다.

시스템 인사에 대해 임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대구은행 CEO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임원은 “공정한 과정을 거친 결과로 신뢰성을 확보한 인사”라며 “나도 노력하면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DGB의 인사 혁신이 내부 인재 양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과 DGB캐피탈 CEO 선임 때는 공모를 통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김 회장은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을 통해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CEO를 양성할 것”이라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