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군사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을 막기 위한 작전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의 전력이 한계에 다다라 확전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국가가 벌이는 외교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평화회의를 제안하자 러시아는 옛소련 국가 및 중국과의 대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러 군사력 한계”

러시아 본토 또 때린 우크라 "푸틴, 총알 바닥"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남부 사라토프주 엥겔스의 공군 비행장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접근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드론 잔해에 치명상을 입은 군인 3명이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파손된 비행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는 “비행장에서 폭발음이 났다”며 “소셜미디어에 비행기 여러 대가 파괴됐다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최근 주력하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 타격을 막기 위한 작전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6일에도 러시아 본토 비행장 세 곳을 공격했다. 엥겔스 비행장은 당시에도 공격 대상이 된 곳으로, 우크라이나로 출격하는 전략폭격기의 거점 시설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인 유리 이흐나트 대령은 “비행장 폭발로 러시아는 일부 항공기를 재배치할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타격 작전이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보복할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 본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래식 전력은 한계에 달했고, 핵 공격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해 온 순항미사일과 전술 탄도미사일이 두세 번의 대형 공격을 할 양만 남았다”며 “곧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드론에 러시아 방공망이 여러 차례 뚫리면서 러시아 내부에서 군사력이 형편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화협상 가능성은 낮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종전 협상론을 꺼내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에 “모든 당사자와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 때문에 평화협상은 아직 먼 얘기라는 분석이다.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달 안에 유엔에서 평화회담을 열기를 원한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회담을 중재해달라고 제안했다. 내년 2월 말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된다. AP통신은 유엔이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원해야 회담을 중재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구상하는 ‘평화공식’에 인도가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등 10개 평화공식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CIS는 옛소련 국가 연합체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이 소속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예정이다. 앞서 그는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중국에 보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