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부정적' 50여곳…업종 간판기업 포스코·GS리테일도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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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올린 곳보다 내린 곳이 3배 많아
'부정적' 꼬리표 달면 1년 내 하향 가능성 커
롯데 계열사·씨티은행·쌍용건설 강등 후보군
![신용 '부정적' 50여곳…업종 간판기업 포스코·GS리테일도 강등](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AA.32225649.1.jpg)
기업 신용등급 ‘악화일로’
27일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경영환경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뜻하는 ‘비우호적 평가 업종’을 9개 분류했다. 전체 평가 대상(23개)의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비우호적 평가 업종은 지난해엔 2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건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증권, 캐피털, 생명보험, 저축은행 등 7개 업종이 추가됐다. 내년 ‘우호적 평가 업종’은 한 곳도 없다.다른 신용평가회사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평가 대상 37개 업종 가운데 16개 업종은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자동차, 정유, 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이 2개(조선·호텔)인 데 비해 8배 많다. 한국기업평가도 평가 대상 27개 업종 중 6개 업종에 대해 산업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기업 신용등급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 정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이달에만 14개 기업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상향 조정 기업(5곳)을 압도했다. 내년에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경기 침체를 유발하면서 내년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에 빠질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1.5%), 경제협력개발기구(1.8%), 한국은행(1.7%) 등 주요 기관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앞두고 ‘부정적 전망’ 꼬리표를 달아놓은 기업은 현재 100곳 안팎(장기등급 기준)에 달한다. 기업들이 신용평가를 중복으로 받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50~60곳은 6~12개월 이내에 등급이 실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롯데지주·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를 비롯해 CJ CGV, 한국씨티은행, KDB생명보험, 쌍용건설 등 국내 주요 기업이 포함돼 있다.
자금조달 ‘비상’ 걸린 기업들
문제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회사채 발행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예컨대 이달 들어 신용등급이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롯데건설은 회사채 조달 비용이 1년 전과 비교해 세 배가량 커졌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AA급)의 신용 보강을 통해 1년 만기 회사채를 연 5.8%대 금리로 다음달 2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연 1.9%대 금리로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A등급 기업이 BBB등급으로 하향되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0조원+α’ 규모의 긴급시장안정대책 등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 지원책으로 간신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자금시장이 내년 초 다시 경색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40조282억원에 달한다.
장현주/최석철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