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 가격이 최근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 3년간 지속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 가운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값이 올랐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내년 2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전거래일 대비 1.1%오른 1823.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 가격은 장중 1841.9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은 선물 가격도 동반 상승해 온스당 전거래일 대비 1.2% 오른 24.2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금 가격 상승을 야기한 건 중국의 코로나19 규제 완화 조치다. 지난 26일 중국 정부는 다음달 8일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관리 등급을 ‘갑’에서 ‘을’로 낮추고 입국자 시설격리 조치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상시적인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하는 등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놓은 데 이은 후속 발표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금 선물(내년 2월물) 가격 추이. 자료=CNBC 캡쳐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금 선물(내년 2월물) 가격 추이. 자료=CNBC 캡쳐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격리 조치를 받지 않게 된다. 코로나19 확산 지역에 지정됐던 감염 고위험·저위험 지역 구획도 사라진다. 중국 입국자와 화물에 대한 감염병 검역 관리 조치도 중단된다. 그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진행했던 고강도 방역 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는 셈이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돌면서 미국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미국달러지수는 27일 전일 대비 0.2%하락한 104.09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4분기 들어 7%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세븐스리포트는 “금 가격은 최근 수개월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내년 달러 약세라는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는다면 금은 내년 시장에 긍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달러 약세를 이끌면서 금값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율과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서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늘어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윙 OCBC FX 전문가는 “금은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 실질 수익률 상승, 달러 강세 속에서 올해 내내 대부분 약세를 보였지만 Fed가 정책 조정 모드로 전환하면서 그 흐름이 바뀌었다”며 “Fed가 (금리 인상) 정책을 선회한다면 금 가격의 지속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