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소비자 의견 반영…깔끔한 국물 맛 인기
농심의 ‘라면왕김통깨’가 출시 100일 만에 16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라면왕김통깨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 기획에 참여해 출시까지 이어진 ‘프로슈머(prosumer)’ 제품이다.

평소 라면을 즐겨 먹는 18명의 소비자와 진행한 신제품 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김과 해물, 채소 육수 기반의 고소한 국물이 더해진 ‘김 라면’ 콘셉트가 탄생했다. 이후 5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호도 검증 과정을 거쳐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농심은 김 라면이라는 콘셉트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국물과 어우러져도 특유의 풍미와 감칠맛을 잃지 않도록 김 추출 분말을 개발해 스프에 포함했다. 김 토핑도 1.1g으로 넉넉하게 담았다.

김 특유의 고소함을 강조하면서도 농심만의 새로운 맛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깊은 맛을 내는 소고기 베이스에 멸치, 대구 등 각종 해물과 채소 육수를 섞어 김에 어울리는 시원한 국물 맛을 개발했다.

볶음 고춧가루와 하늘초로 얼큰함도 더했다. 통깨와 조미유로 고소한 풍미를 강화했고, 건면을 사용해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국물을 깔끔하고 가볍게 만들었다.

제품에 스토리텔링도 녹여냈다. 핵심 재료인 김과 통깨를 캐릭터화한 ‘라면왕김통깨’를 제품 마스코트로 활용했다. 라면 맛집을 운영하며 라면왕을 꿈꾸는 청년 요리사라는 설정이다.

라면왕김통깨를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는 후식 ‘김통깨죽’ 레시피도 패키지에 함께 소개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죽은 국물에 밥, 김, 계란 등을 첨가해 즐기는 소비자 레시피”라며 “라면왕김통깨를 사용하면 보다 간편하게 맛있는 라면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면왕김통깨의 인기는 건면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농심의 누적 건면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900억원으로, 신기록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이후 ‘맛있으면서 살 안 찌는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기존 라면보다 열량은 낮으면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건면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게 라면업계의 분석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왕김통깨가 인기를 얻은 데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라면 맛의 콘셉트를 바꿔 면과 국물의 어울림을 한층 높인 점이 주효했다”며 “익숙한 라면의 깊고 진한 국물 대신 가볍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건면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