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본격화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글로벌 소비·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말 고통을 분담하고 온기를 나누려는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 세대를 육성하고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는 등 공공 정책 및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미래 세대 육성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3高 악재' 속에서도 취약층 겨울나기 지원…기업 온정 손길 이어져
포스코는 올해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인구교육 좋은수업 나눔대회’를 2회 연속 후원했다. 이 대회는 복지부가 2017년부터 미래 세대의 결혼, 출산, 가족친화적 삶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 형성 및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개최해온 행사다. 지난 17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다양한 콘셉트의 작품을 출품한 교사 및 학생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올해 대회에선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학생 산출물 종류에 유튜브 쇼츠와 같은 짧은 동영상을 추가해 우수작이 쏟아진 덕분이다. 학생 산출물만 400여건이 접수돼 시상 규모도 지난해 10건에서 15건으로 늘었다.

LG는 야구 축구 등 인기 스포츠에 밀려 기업 후원이 많지 않은 종목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2015년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 선수들의 국내외 전지훈련 및 장비를 지원했다. 스켈레톤이란 이름조차 생소했던 당시 열악한 인프라로 힘들게 훈련을 이어오던 대표팀에겐 ‘가뭄의 단비’ 같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의 쾌거에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윤성빈의 뒤를 잇고 있는 간판 정승기 선수도 2022 - 2023 시즌 국제 월드컵에서 세 번 연속 메달을 땄다.

에쓰오일은 2006년부터 ‘소방영웅 지킴이’ 캠페인을 지속해 왔다. 소방관의 활동을 응원해 사기를 북돋고, 부상당하거나 안타깝게 순직한 영웅에 대해 치료비와 유가족 생활비 등을 지원한다. 올해에만 순직 소방관 유자녀 70명에게 총 2억1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17년 동안 1469명의 학생들에게 43억여원을 쾌척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소방영웅 시상식에서도 ‘올해의 영웅 소방관’ 8명에게 상패와 상금 9000만원이 수여됐다.

'3高 악재' 속에서도 취약층 겨울나기 지원…기업 온정 손길 이어져
효성은 저소득 계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최근에도 본사 소재지인 마포구에 ‘2023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에 쓰일 성금 4000만원을 전달했다. 후원금은 마포구 내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2006년부터 이어온 ‘사랑의 쌀’ 후원으로 매년 두 차례 총 1만8000포대가 지원됐고 2007년 시작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통해서도 누적 2만 포기가 취약계층에 전달됐다.

메타버스 등 신기술 접목한 사회공헌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공식 판매법인인 한성자동차는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부터 시행해온 미술 영재 장학사업 ‘드림그림’에 메타버스와 증강현실 등을 접목한 것. 지난 3월 11기 발대식에서는 가상공간 ‘드림그림 메타플래닛’에서 ‘New Earth, New World’라는 슬로건으로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다양한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지난 6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개최한 ‘드림 그린 타운’ 캠페인에서는 드림그림 장학생들이 참여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환경 캐릭터(환경 부캐)를 찾고, 16종의 환경 부캐가 다양한 환경 보호 방법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는 올 겨울에도 구세군과 함께 ‘마음온도 37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롯데와 구세군이 2016년부터 시행해온 연말 사회공헌 활동이다. 체온 36.5도에 자그마한 0.5도의 온정과 관심이 더해지면 기부자와 수혜 아동이 함께 따뜻할 수 있는 마음온도 37도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롯데는 올해 아동복지시설 80곳의 난방 설비를 개보수하고,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취약계층 가정 등 100곳에도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가 지난해까지 복지시설 2242곳과 개인가정 1288곳에 난방비 명목으로 총 26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창립 15년을 맞은 노사발전재단은 지난 4월 창립기념식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활기찬 내일을 여는 든든한 파트너’를 사회공헌활동 비전으로 선포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단은 △농촌 일손 돕기 △헌혈 나눔 △헌혈증 기부 △시장 환경정화 활동 △사업-지역 연계 활동 △이웃 나눔 바자회 △탄소중립 캠페인 운영 등 7개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같은 달 대한적십자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총 세 차례에 걸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헌혈 활동에 나섰고 지난 6월에는 입사 3년 이하 주니어 직원을 중심으로 경기도 남양주 ‘이웃사랑나눔회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