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사진=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깡통전세' 빌라 400여 채를 이용해 300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등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임대사업자 A씨(31) 등 8명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주범인 A씨는 전날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6월 사업체를 설립해 직원을 고용한 후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형 신축 빌라 가운데 이른바 '동시 진행'이 가능한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동시 진행'이란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임차인과 빌라 전세 계약을 맺고 임차인에게서 받은 보증금으로 해당 빌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일당은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 서류 정리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빌라를 사들였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사들인 빌라는 총 413채로, 피해자는 118명에 달한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은 총 312억원이다.

A씨는 70억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일당이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리베이트(사례금)를 받아 총 35억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얻었다"며 "고액의 리베이트를 받는 대신 위반 건축물이나 미분양 기간이 1년 이상 지난 빌라까지 무더기로 사들여 전세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에 대해서도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