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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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길동 신축 힐스테이트 아파트 숙식제공, 테슬라 모델Y 차량제공.'

최근 각종 운용가 종사자들의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의 채용 공고글이다. 통상 지원자격과 우대사항을 길게 적고 복리후생란엔 4대보험 같은 회사의 의무사항들만 늘여놓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새로 지은 프리미엄 아파트를 사택으로 주고, 1억원 상당의 중형급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짜로 준다고 한다.
이미지=블래쉬자산운용 홈페이지
이미지=블래쉬자산운용 홈페이지
화제의 공고글을 올린 곳은 임직원 11명(9월 말 기준)을 보유한 '블래쉬자산운용'이다. 2020년 설립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로, 시장에선 슈퍼개미 출신인 백지윤 대표가 차린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4일 자사 홈페이지에 운용과 리서치 등 펀드운용 관련 업무를 도맡을 '자산운용팀 경력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알렸다.

회사가 내건 복리후생은 숙식과 차량뿐만이 아니다. 블래쉬자산운용은 △연봉은 업계 상위권으로 협의 후 결정하고 △근무자리에 높낮이 조절책상인 '허먼밀러 모션데스크'와 이른바 임원용 의자로 알려진 '스틸케이스 립체어'를 제공하고 △월 70만원 상당 식사(점심과 저녁)·운동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범상치 않은 공고내용에 운용가는 들썩였다. 운용가 현직 종사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들엔 '이런 회사면 없던 애사심도 생기겠다' '개인 부띠끄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생각보다 처우가 괜찮아서 의외다' '오피스텔이랑 자동차도 제공되고 베네핏만큼은 업계 최상 수준이네' 등 의견을 보였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공고내용이 전부 사실인지 팩트체크(사실확인)를 진행했다. 당연히 사실이 맞지만 세부적으로 일부 내용은 와전됐다고 백지윤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거비와 식비를 빼고 나면 저축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았단 점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이런 스트레스에선 벗어나게 하고자 반전세로 45평 아파트를 얻어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 도와주는 분이 가서 청소도 해 준다"고 했다. 테슬라 차량 제공을 두고선 "전기차가 대세이기도 하고 저희가 2차전지 종목들도 일부 취급하고 있기에 전기차를 선물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다만 숙소는 4명이 각 한 방씩을 차지해, 함께 생활을 해야 한다. 테슬라 차량의 경우에도 직원 4명이 공유해서 몰게 된다. 일주일 혹은 한 달 단위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차를 이용하는 식이다.

한편 블래쉬자산운용은 올 3분기까지 약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 인적 지출에서 주목할 점은 판매비와 관리비 내 복리후생비가 1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단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2800만원에 그쳤던 복리후생비는 올 3분기 들어 약 5800만원으로 배가 늘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