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용자가 10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신용점수가 300점대로 대부업체가 아니면 합법적으로 돈을 구하기 어려운 저신용자였다. 금리 급등으로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에 이어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대부업조차 대출 창구를 닫아버리면서 저신용자가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사라지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용자는 작년 말 106만7005명에서 올 9월 말 96만8688명으로 9.2%(9만8317명) 감소했다. 특히 신용점수 300점대(옛 9·10등급)의 저신용자는 44만2336명에서 37만1504명으로 16%(7만832명)나 줄었다. 이 기간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8조4578억원에서 8조373억원으로 5%(4205억원) 쪼그라들었다.

대부업체들은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 데 이어 올해 조달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없는 신용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저 조달 금리가 작년 연 4~5%에서 올해 연 8~9% 이상으로 올랐다”며 “대손 비용과 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저신용자 대출은 할수록 손해”라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3%일 때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적정 금리는 낮아도 연 26.7%였다.

대부업체들은 대신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만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대부업 담보대출 비중은 2020년 말 49.3%에서 작년 말 52%, 올 6월 말 53.8%로 꾸준히 증가세다. 담보로 맡길 자산이 없는 저소득·저신용자는 대부업체에서마저 밀려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신용자부터 ‘대출 절벽’으로 몰리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제2금융권 대부분이 연말까지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데 이어 대부업 업계 1위 러시앤캐시도 26일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OK금융 계열사인 러시앤캐시는 2024년까지 대부업 철수를 목표로 수 년간 대출 취급을 줄여왔지만 아예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