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디자인] 천편일률 공산품에 반항…모리스의 '수공예 벽지'
세계적 박물관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중에는 꽃과 식물의 잎, 줄기가 그려진 인테리어 벽지가 있다. 제목은 ‘핑크 앤 로즈’(1890). 콧대 높은 메트로폴리탄이 평범해 보이는 벽지를 소장하고 있다니…. 언뜻 이해가 안 가지만, 벽지를 만든 사람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로 영국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1834~1896)다.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리스는 1880년대 영국의 아트&크래프트(미술공예) 운동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당시 영국에선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저품질 공산품이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서 모리스는 잃어버린 수공예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미술공예 운동을 시작했다.

모리스는 ‘모리스 마셜 앤드 폼커’라는 회사를 세우고 스테인드글라스, 태피스트리, 가구 등 여러 수공예품을 제작했다. 그중에서도 벽지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특히 그는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를 벽지에 그려 넣곤 했다. 벽지의 섬세한 묘사와 반복되는 패턴에서 수공예에 대한 그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