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조건으로 이번 침공에서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전부의 합병을 내걸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안을 사실상 일축했다.

28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가 점령한 4개 지역을 러시아의 일부로 편입한 오늘날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평화 계획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9월 자체 국민투표를 거쳐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4개 지역을 자국 영토로 선언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이들 지역의 상당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 중이지만 이들 지역 전부를 완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의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평화안과는 거리감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및 회복, 러시아군 철수, 모든 포로 석방, 침략 관련 인사의 전범 재판 등을 포함하는 10개 안을 평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엔 “내년 평화 정상회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7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내년 2월 말까지 안토니우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을 중재자로 하는 평화회담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긴장이 극에 달한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갈등 사태를 두고선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코소보에서) 파괴적인 러시아의 영향력을 찾으려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세르비아는 주권국가이며, 여기에서 러시아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찾는 건 절대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는 코소보와의 긴장이 심화되자 27일 군에 최고 전투 경계태세를 발령한 상태다. 코소보 북부 지역인 미트로비차에 있는 세르비아계 주민들도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세르비아계는 전직 세르비아 경찰관이 폭행 혐의로 코소보 경찰에 체포된 것에 반발하며 최근 코소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코소보는 서방의 지지 속에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러시아, 스페인, 그리스, 루마니아 등 일부 국가는 코소보의 UN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