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19 급증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와 러시아의 감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내년 2월물)의 배럴당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72%(0.57달러) 하락한 78.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 유가의 기준으로 쓰이는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3% 하락한 83.2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연말을 앞두고 시장이 숨을 고르는 분위기여서 거래가 활발하진 않았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가격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가격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급증으로 인한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중국은 다음달 8일부터 입국 여행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해제할 계획이다. 사실상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지난 26일 중국에서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여행객 2명 중 1명 꼴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는 등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외부의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각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이 해외여행의 문을 열더라도 원유 수요가 증가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인도, 대만,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조치를 의무화하거나 의무화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은 오는 30일부터 중국에서 입국하는 이들이 도쿄 나리타, 도쿄 하네다, 오사카 간사이, 나고야 주부 등 4개 공항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은 러시아의 석유 감산 예고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적용한 유가상한제를 비판하며 “러시아가 내년 초 석유 생산량을 하루 50만~70만배럴, 즉 5~7%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스위스쿼트뱅크의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미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한 상황이여서 러시아의 감산 소식은 원유 가격에 미미한 상승분만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60달러 상한선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적어도 가까운 시일에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유가상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유가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미국 전역을 강타한 한파로 인해 주요 정유공장이 폐쇄되는 등 공급 악재가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미국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크레이그 엘람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유가는 지난 몇 주간 강한 반등을 보였다”며 “28일은 유가가 약간 내려갔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유가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상당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엘람 애널리스트는 “내년 유가를 두고선 불확실성이 엄청나다”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와 러시아의 감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등으로 인한 잠재적인 유가 상승 위험 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