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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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이라도 의사가 퇴근한 뒤 환자가 사망할 경우 간호사가 사망진단서를 대신 발급하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정에서 '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 해야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재차 짚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 호스피스 의료기관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5명에게도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선고유예는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이 면제되는 판결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등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곳으로, 신체 상태의 변화가 크지 않고 사망 원인도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의사 A씨는 경기 포천의 한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일하며 미리 진료일지 등에 사망원인을 써뒀다. 이후 A씨가 퇴근한 시간에 환자가 사망할 경우 근무 중인 간호사가 사망을 확인하고 유족들에게 진단서를 발급하게 했다.

이에 간호사들은 A씨의 지시에 따라 환자 사망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A씨가 미리 진료일지에 적은 사망원인을 보고 사망진단서를 대리 작성·발급했다.

A씨는 의료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교사한 혐의로, 간호사 5명은 의료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사망원인 확인은 의사가 해야 하지만, 사건 경위와 목적 등을 고려해보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행위"라며 A씨와 간호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 "간호사에 의한 사망진단이나 검안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망 진단은 중요한 의학적 행위로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망 진단은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