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측 "책임 물을 수 없는 자연재해"…경찰 "내용 보완, 재신청 여부 검토"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경찰 수사 논란…檢, 구속영장 반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7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3개월여 동안 경북도·포항시 하천 관련 부서, 하천 공사업체, 아파트관리업체,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9월 6일 포항에서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위해 간 주민 7명이 숨지는 등 포항에서 모두 10명이 숨졌다.

경찰은 힌남노 북상 당시 공무원이나 아파트관리업체, 농어촌공사 등이 부실하게 대응해 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서 집중 수사해왔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23일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와 관련해 공무원 1명,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2명,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2명 등 5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 영장을 신청한 피의자들 외에도 이강덕 포항시장을 포함해 10여 명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28일 경찰이 신청한 5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청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현 단계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이 무리하게 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나 상당수 방재전문가는 시간당 최고 100㎜ 이상의 비가 내렸고 누적강수량이 최고 541㎜(동해면)에 이르는 등 기록적 폭우에 해수면 만조 시기가 겹쳐 강물이 바다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하천이 범람한 것으로 본다.

그런 만큼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북지역본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포항시는 태풍 대비 태세를 갖췄고 밤을 새워가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경찰의 이번 수사가 구색 맞추기, 희생양 찾기가 되지 않을 것인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포항 시민단체인 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이번 태풍은 불가항력적이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 공무원들이 수사를 받고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을 모두 다 져야 한다면 시민 안전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동기가 사라질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경찰에 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지난 26일부터 계속 대구지검 포항지청 앞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한 소장에게 천재지변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 내부 논의를 거쳐 최소화해 영장을 신청했다"며 "혐의 내용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용을 정리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