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포스코케미칼·엘앤에프, 매출 컨센서스 성장폭 1·2위
호황기 수주한 선박 건조 본격화로 조선기자재 성장 점쳐져
불황에도 판매량 증가 기대되는 식음료 섹터도 주목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 경기 침체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물가를 진정시키는 걸 넘어 경기까지 짓누르는 중이다.

이미 치솟은 물가에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올해 실적부터 이익 성장이 둔화될 전망인데, 내년에는 매출 감소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물가 상승률 둔화로 통화 긴축에 대한 부담은 낮아질 수 있지만, 기업 매출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판단”이라며 “판매가격(P) 상승이 제한적이고, 판매량(Q)을 증가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나게 되지만, 경기 침체로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에 마켓PRO는 증권사 세 곳 이상이 분석하는 국내 상장사 중 △내년 매출액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올해 컨센서스 대비 성장하고 △같은 기간 이익률 컨센서스도 확대되면서 △28일 집계 기준 내년 매출액·이익률 컨센서스가 한달 전 집계치보다 하향되지 않은 기업을 추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종목은 모두 32개였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 조선 기자재, 식음료 기업, 헬스케어기업 등이 눈에 띄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매출액 컨센서스 성장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포스코케미칼(68.33%)과 엘앤에프(67.31%)로,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 두 곳이 맨 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 컨센서스 상향 폭은 포스코케미칼이 0.97%포인트로 30개 종목 중 중간 수준이었지만, 엘앤에프는 0.03%포인트로 가장 작았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매출이 성장 기대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됐다. 특히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지원 조건에 맞추기 위해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전기차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점이 아직 컨센서스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감안해야 한다. 포스코케미칼과 엘앤에프 모두 가장 최근에 제시된 추정치는 지난달 중순에서 이달 상순에 나온 3분기 실적 분석(리뷰)이나 내년 연간 전망에 포함된 것이었다.

매출액 컨센서스 성장 폭이 세 번째로 높은 종목은 ‘쿠키런’으로 유명한 게임사 데브시스터즈로, 내년 매출액 컨센서스가 올해보다 58.93% 많았다. 또 데브시스터즈의 영업이익률 컨센서스 확대 폭은 16.02%포인트로, 조건에 부합한 32개 종목 중 가장 컸다. 올해는 사업 확장에 따른 인건비 증가, 디즈니·방탄소년단(BTS)와의 협업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 등이 수익성을 짓눌렀지만, 내년에는 신작 게임 출시로 매출과 이익이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데브시스터즈에 대해 “대형작의 출시가 다가옴에 따라 내년 성장이 주가에 먼저 반영될 것”이라며 “(현재 서비스 중인) ‘쿠키런:킹덤’을 통해 글로벌 캐주얼 게임 시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내년 2분기 출시 예정인) ‘쿠키런:오븐스매시’의 흥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선 기자재 기업인 한국카본HSD엔진의 내년 매출액 컨센서스가 올해 대비 각각 51.33%와 31.47% 많다. 매출액 컨센서스 성장 폭 기준으로 각각 4위와 6위다. 영업이익률 컨센서스 확대 폭 역시 한국카본이 4.83%포인트, HSD엔진이 9.72%포인트로 상위권이다. 작년과 올해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되면서 실적 성장이 가시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 계약을 맺으면 최대 2년까지 설계 작업을 거친 뒤 실제 야드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내년 매출이 성장하고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전망인 32개 종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식음료다. 삼양식품, 오리온, SPC삼립, 롯데칠성, 현대그린푸드 등 다섯 개 종목이며, CJ제일제당의 지주사인 CJ를 포함하면 5분의1에 달한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디스인플레이션이 예상됨에 따라 가격 상승을 통한 성장보다는 물량으로 성장하는 음식료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롯데칠성처럼 새로운 제로 탄산음료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을 출시해 고성장하고 있는 업체가 주가 측면에서 유리할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리온도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곡물 가격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성장은 기존 전망치에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면서도 “개별적인 곡물가 등락을 예측하기는 어려워 대응의 영역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헬스케어 섹터에서도 미용 의료 기업 파마리서치, 치과용 디지털 장비기업 바텍,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네 개 기업이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좋아질 종목으로 꼽혔다. 파마리서치는 리오프닝에 따른 미용 의료 수요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 가능성이 점쳐졌다. 바텍은 신제품 출시를 지속하며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얀센에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 진전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 유입 기대감이 크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