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3000선을 코앞에 뒀던 코스피지수가 2240선이 무너진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1년 새 코스피지수는 20% 넘게 급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국내 증시는 ‘닷컴 버블’이 붕괴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연말을 보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해

'유종의 미'도 없었다…잔혹한 12월 코스피
코스피지수는 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1.93% 내린 2236.38에, 코스닥지수는 1.89% 하락한 679.29에 마감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2008년(-40.73%) 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1월 3일 2998.32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1년 동안 24.89% 내렸다. 코스피지수가 연간 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코스닥지수는 34.30% 급락했다. 국내 증시(유가증권+코스닥) 시가총액은 1년 만에 567조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코스피지수의 연간 수익률(28일 기준)은 G20 국가와 아시아 국가 등 주요 27개국 가운데 25위였다. 한국보다 수익률이 낮은 국가는 러시아(-41.4%), 베트남(-32.2%)뿐이었다.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전멸’

올해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총 25조원어치가량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작년 말보다 상승한 종목은 한 개도 없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날 2.30% 하락한 5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00만 명에 육박하는 소액주주를 보유한 ‘국민주’ 삼성전자는 올해 29.37% 손실을 냈다.

시가총액 2위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올 한 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 1월 공모가 30만원에 상장해 지난달 60만원 고지를 돌파했다. 하지만 전기차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고점 대비 31.01% 하락한 채 올해 장을 마쳤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한 해 각각 53.10%, 52.80% 급락했다.

올해도 어긋난 증권사 전망

올해 증시는 다른 해보다 유독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 미국 중앙은행(Fed)의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등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전망한 2022년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는 2610~3600포인트였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넘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12월 월간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 가운데 ‘산타 랠리’를 전망한 곳도 많았다. 하지만 이달 국내 증시는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9.52% 하락했다. 닷컴 버블 붕괴로 증시가 급락한 2002년 12월(-13.42%)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서형교/배태웅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