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달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향후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현재·미래 경기지표가 모두 악화한 것이다. 게다가 소비는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고 반도체 생산은 11% 감소했다.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101.7(2015년=100)을 기록했다. 지난 4월(-0.4포인트) 후 7개월 만의 하락이다. 하락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5월(-0.8포인트) 후 3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이 지수가 6개월 이상 하락하면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0(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0.2포인트)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기동행지수 30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커지는 침체 경고음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 기준)는 115.3(2015년=100)으로 1개월 전보다 0.1% 올랐다. 서비스업 생산이 0.6% 감소했지만 광공업 생산이 0.4% 증가한 결과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광공업 생산이 호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광공업생산이 과거 고점(올해 3월 121.2)에 비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고 향후 수출 여건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업황은 나빠졌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1% 줄면서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7월(-3.5%)과 8월(-12.8%), 9월(-4.5%)에 3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10월(0.9%)에는 소폭 늘었지만 11월엔 다시 감소했다. 그나마 자동차 생산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 문제가 일부 해소되면서 전월 대비 9.0% 증가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준내구재(-5.9%) 내구재(-1.4%) 비내구재(-0.5%) 판매가 모두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이태원 사고 등으로 소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수출도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3%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5월(-25%) 후 최대 감소폭이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 등이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제품(-25.4%)과 화학제품(-17%)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감소했다”며 “수출 가격 하락세와 전방산업 수요 부진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경기 대응을 위해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인 65% 이상의 재정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조미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