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N 비전 74/영상 출처=현대차 공식 유튜브
현대차의 N 비전 74/영상 출처=현대차 공식 유튜브
N 비전 74/사진=현대차
N 비전 74/사진=현대차
"현대차 디자인 중에 최고다." "자동차 디자인 보고 소름 돋기는 처음이다." "양산차가 이렇게만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 7월 현대차의 고성능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N 비전 74'가 공개되자 온라인에서 흘러나온 반응들이다. 몇 달이 지났지만 N 비전 74의 인기는 여전하다. 현대차가 이달 초 유튜브에 공개한 롤링랩 개발스토리 영상이 약 3주 만에 조회수 429만회를 기록했을 정도다. 누리꾼들은 이 영상에도 찬사를 보냈다.

누리꾼들만이 아니다. 예전에 현대차를 '바퀴 달린 냉장고'에 비유하며 싸구려라고 혹평했던 영국의 유명 자동차 TV 프로그램 BBC 탑기어까지 N 비전 74를 '올해의 인기 차량'으로 꼽았다. N 비전 74 시승 영상에는 "현대차의 시대"라고 치켜세웠다. 탑기어의 N 비전 74 시승 영상은 탑기어 채널 최다 조회 영상에 올랐다.

N 비전 74는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최초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이다. 롤링랩이란 모터스포츠에서 영감받은 고성능 기술과 구체적 전동화 기술들을 양산 모델에 반영하기 전에 연구개발과 검증을 진행하는 차량이다. 현대차는 "수많은 롤링랩을 선보여왔지만 N 비전 74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롤링랩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사진=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영화 '백 투더 퓨처' 등장하는 '드로리안' 닮았네

N 비전 74가 현대차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현대차가 1974년 10월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콘셉트카 '포니 쿠페'가 바로 N 비전 74 디자인의 모태가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사연 있는 자동차'다.

당시 현대차는 포니 쿠페를 첫 양산 스포츠카로 선보이기 위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고 양산 직전까지 개발했으나, 경제 위기에 따른 사회적 이유로 결국 양산에 이르지 못하고 그 자료마저 유실됐다. N 비전 74라는 이름이 포니 쿠페가 처음 공개된 1974년을 의미한다.

더욱이 N 비전 74는 1985년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Delorean) DMC 12'를 빼닮아 "뉴트로 디자인의 정석"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또한 비화가 있다. 드로리안을 디자인한 사람이 N 비전 74의 모태가 된 포니 쿠페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다. 주지아로는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드로리안을 디자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N 비전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직사각형 모양 헤드램프나 리어램프가 포니 쿠페를 빼닮았다. 여기에 특유의 B필러 디자인을 넣어 현대적으로 계승했다는 설명이다. 모터스포츠에서 영감받은 디테일도 갖췄다.
사진=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사진=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제로백 4초 이내..."전동화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

N 비전 74의 또 다른 특징은 배터리 모터와 수소 연료 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이라는 수소전기차의 장점을 살렸다. N 비전 74는 500kW급의 파워트레인을 갖췄고, 충전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N 비전 74를 위해 새로운 레이아웃 구상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특히 고성능 차인 만큼 효율적인 열 관리는 필수다. 현대차는 주행 환경에 따라 배터리 또는 수소연료 사용 조건을 연구개발해 N 비전 74의 냉각 성능을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뒷바퀴에 달린 트윈 모터를 제어하는 조건 또한 연구개발을 통해 정확하고 빠른 토크 벡터링을 구현했다. N 비전 74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초 이내로, 최고 속도는 250㎞/h를 낼 수 있다. N 비전 74는 이러한 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주행 중 수소 발전을 통해 배터리 잔량을 유지, 600㎞ 이상의 긴 주행거리도 확보한다.

현대차는 "N 비전 74는 전동화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긴 주행거리와 고속 충전 등의 특징은 우리가 운전을 즐기는 방법마저 바꿔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