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휴마시스 간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납기 지연에 따른 해지’, ‘미국 시장 진출 실패에 따른 파열음’이라는 주장과 해석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휴마시스는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다.

사건은 29일 오전 휴마시스가 올린 공시에서 시작됐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30일 양사에 따르면 올해 1월 22일 휴마시스는 1366억원어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셀트리온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셀트리온은 이를 자회사인 셀트리온USA 등을 통해 미국에 공급했다.

휴마시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셀트리온은 이 중 92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920억원은 2020년 휴마시스 연간 매출 457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휴마시스 측은 “법률 검토를 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비롯한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시에 적었다.

같은날 오후 셀트리온은 계약해지 배경을 설명하는 공시를 올렸다. 셀트리온은 “진단키트 제조업체의 납기 지연에 따라 시장 적기 공급에 실패했다”며 “셀트리온USA의 요청에 따라 공급계약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계약 물량, 납기 시기 등에 대해서 셀트리온 관계자는 “공시내용 외 설명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30일 오전 휴마시스는 “계약해지 통보는 부당하다”며 보도자료로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휴마시스는 “양사의 코로나19 관련 제품 총 계약 규모는 약 4012억원으로 이 중 2979억원인 74.26%가 이행됐고, 이 건을 포함한 1033억원인 25.74%가 미이행됐다”며 “손해배상 청구 등을 비롯한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납기 지연 등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려 했으나 휴마시스 관계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양사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부터 협업한 사이다. 신속 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를 개발하고,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 올해 4월엔 셀트리온USA가 미국 국방부와 조달청, 아마존 등 미국 10여개 업체 및 기관에 휴마시스의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동맹’을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계약해지 사건이 발생, 동맹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업계에선 셀트리온이 유럽보다는 미국 시장 진출에 방점을 찍었고, 미국 진단시장 공략이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반적인 수요는 급감했고,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의 수익 다각화는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미국 진출을 위해 스위스 로슈에 진단키트를 공급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와 달리 셀트리온은 자회사 셀트리온USA를 통해 직접 미국을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전역 각 가정에 최대 4개까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무료 배포했는데 이 중 셀트리온 제품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의 기초체력이 부족하다”며 “그런 와중에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공급계약 해지 건이 발생하니, 휴마시스 입장에선 대응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 이 건은 법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으로 간다면 셀트리온은 비비비에 이어 또다른 공급계약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셀트리온은 2020년 비비비와 코로나19 항원검사 신속진단장비 관련 공동연구 및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품질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1심 재판부는 비비비가 적합한 품질의 장비를 제조하지 못해 공동 연구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