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30년에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무색
황사·비밀경찰서·코로나 탓에 반중 정서 가열
아시아인 증오 범죄 증가에 韓 피해사례도
3대 교역국인데…반중 정서는 세계 1위
미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24일(현지시간)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CEIAS)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유럽지역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2020∼2022년 세계 56개국 주민 8만여 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의 반중 정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한국에서 지난 4월 11일부터 6월 23일까지 성인 남녀 1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중국을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한국인 응답자 비율이 81%에 달했다. 2위 스위스(72%)나 3위 일본(69%)에 비교해 10%포인트가량 높아 다른 국가들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8월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2021년 기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고,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 논란,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도체 공급망 분리 움직임 등 갈등이 중첩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무색한 상황이다.
지난달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월드컵 시작 전 한국 선수들보다 김치가 먼저 카타르에 도착했다' 등 기사를 내놨고,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은 중국 문화를 모방하고 조작해 자신들의 문화라고 노략질하는 심각한 수준의 국가"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같은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한국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12월 들어서는 중국발 황사도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의 유입으로 경남을 제외한 전국에 황사위기경보가 내려졌다. 디플로맷도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강해진 원인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목했다.
이달 초 스페인의 인권단체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안이 한국을 포함해 해외 53개국에 102개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 거점으로 한 중식당이 지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식당 대표나 중국 외교부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으나 국내 여론은 줄곧 부정적인 태세다.
韓유학생, 아시아인 증오범죄 대상 되기도
나아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국제 사회에 큰 우려를 낳으며 엔데믹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점도 반중 정서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30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일부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대만,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발 여행객에게 한국과 유사한 중국발 입국자 대상 조치를 발표했다.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도 늘어날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아시아인 증오범죄는 전년 대비 77% 늘어난 279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중국인을 중심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늘어난 탓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 증오 범죄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교민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현지시간)에는 독일 뒤스부르크 시내 주택가에서 한국인 유학생 하모씨(29)가 남성 2명으로부터 인종차별적 욕설을 듣고 얼굴 등을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독일 통합이민연구센터가 연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 내 아시아계 700명 등 4500명을 상대로 지난해 5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중 49%는 팬데믹 속에 직접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