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약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인수 시도가 미국 정부 기관에 의해 중단됐다.

미국 정부의 대미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는 29일(현지시간) 국가 안보 위험을 근거로 중국 제약사 시노바이오파마슈티컬스의 에프스타테라퓨틱스(F-Star Therapeutics) 합병 완료에 대해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인수 주체는 시노바이오의 100% 자회사인 인보엑스파마다. 피인수 기업인 에프스타는 영국에 본사를 둔 나스닥 상장사다. 에프스타는 이중항체 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CFIUS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된 사례가 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FIUS는 합병 완료 금지 명령을 통해 이번 합병을 중단시킨 뒤, 좀 더 면밀하게 검토 및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CFIUS는 미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와 관련해 국가 안보에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거래를 막는 일을 한다. 에프스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당초 이번 합병의 마감 기일은 이달 30일이었다. CFIUS의 이번 명령으로 새로운 마감 기일을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프스타는 잘 나갔던 이중항체 기업이다.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드날리테라퓨틱스의 뇌혈관장벽(BBB) 통과 약물에 에프스타의 이중항체 기술이 적용됐다. 이중항체이면서도 반감기를 비롯한 약물동태학적인 특성이 일반 단일클론항체와 유사하다는 것이 에프스타 기술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이중항체 전문가는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별도로 항체 엔지니어링을 하지 않고도 일반 항체 수준의 반감기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라며 “이외 자체적인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며 보유 현금이 급감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557만달러(약 44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중항체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며 시장의 기대감도 줄었다. 한때 13억8837만달러(2018년 3월 9일 종가)에 이르렀던 시가총액은 4792만달러(2022년 5월 12일 종가)로 내려앉았다.

시노바이오는 에프스타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6월 23일 시노바이오는 자회사 인보엑스파마를 통해 에프스타를 1억6100만달러(주당 7.12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일 에프스타의 주가는 59.8% 급등한 6.36달러를 기록했다.

CFIUS의 합병 제동으로 에프스타의 이달 29일 주가는 40.5% 폭락해 4.09달러가 됐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며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에서 생산한 임상 시료를 사용하는 미국 내 임상의 승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을 근거로 하는 약물 또한 FDA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한 PD-1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레리주맙’을 폐암과 비인두암에서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두 차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