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브리핑을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브리핑을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회견)을 멈춘 사이 대통령실 참모들이 다시 국정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북한 무인기 대응, 국가보조금 관리시스템 마련 등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서 답변할 질문에 참모들이 대신 답하며 '메시지 관리'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이틀 간 수석·실장급 4명이 연이어 브리핑을 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었다. 그는 이날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섰다. 김 실장이 브리핑장에 내려온 것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성과를 발표한 지 약 1달 반 만이다.

'인태 전략'을 설명한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김 실장은 주로 북한의 무인기 침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출근길 회견이 지속됐다면 윤 대통령에게 쏟아졌을 질문이었다. 김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왜 무인기가 침투한 당일에 열지 않았는지, 군은 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는지, 윤 대통령의 드론부대 창설 지시가 어떤 의도인지 등을 설명했다.

이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문재인 정부 국가보조금 관리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브리핑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시민단체를 겨냥해 "국가보조금 운영 실태를 전면 재정비하라"는 큰 흐름을 제시했다면, 이 수석은 지난 6년 간의 보조금 지급 실태, 부정수급 사례, 향후 보조금 개편 계획 등을 설명해 살을 붙였다.

이날 오후에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무인기 대응 관련 긴급회의 내용을, 다음날 오전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국민제안 정책화 과제 등을 브리핑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28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28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은혜 홍보수석과 이재명 부대변인이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에 앞서 이재명 부대변인과 발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은혜 홍보수석과 이재명 부대변인이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에 앞서 이재명 부대변인과 발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참모들이 이처럼 활발하게 국정홍보에 나서는 것은 5개월 여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대통령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와도 좋다.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참모들의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다.

이후 비서실장과 5수석(정무·경제·사회·시민사회·홍보)이 차례대로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실이 "1주일에 1번은 각 수석이 내려오도록 하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부처 장관들도 업무보고 이후 대통령실에서 직접 보고 내용을 발표하는 등 홍보에 공을 들였다.

이같은 참모들의 활발한 대언론 활동은 지난 8월께 급격히 위축됐다. 당시 잦은 브리핑이 혼선으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8월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전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해 최영범 전 홍보수석이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제안 탑 10 선정을 번복하며 언론의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이 오히려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불러와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브리핑을 재개하는 것은 '2기 비서실'이 안정 궤도에 오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보수석·국정기획수석 등 대통령실에 새로 합류한 인원이 현안을 숙지하고 자신감 있게 설명할 수 있기에 언론 앞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이 수석은 국가보조금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약 3개월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