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콘크리트…탄소 흡수하게 만들어 지구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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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타트업, 세계 최초로
'탄소 포집 콘크리트' 개발
시멘트 대신 금속 폐기물 사용해 제조
탄소 흡수해 저장…연간 2만t 제거
사전 주조해야만 쓸 수 있는 건 한계
'탄소 포집 콘크리트' 개발
시멘트 대신 금속 폐기물 사용해 제조
탄소 흡수해 저장…연간 2만t 제거
사전 주조해야만 쓸 수 있는 건 한계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 1도만 올라도 머리가 아프고 몸살 기운이 돈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0~2019년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때(1850~1900년)보다 1.09도 높아졌다. 더 심각한 건 앞으로 10~20년 안에 1.5도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창 진행 중인 기후 재앙이 빨라져 지구가 아예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올해까지 세계 136개국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가세했다. 정부가 올해를 ‘탄소중립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내년 탄소중립 기술 연구개발(R&D)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조업, 건설업 중심 국가인 한국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공장을 돌리고 건물을 올릴 땐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의 효율적 수단으로 원전 확대를 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를 열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소 공급 관련 임무지향형 R&D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소에 버금가는 탄소 배출원이 시멘트 제조 공장이다. 물 다음으로 지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 콘크리트로 알려져 있다. 도로, 학교, 가정, 사무실 등 도처가 콘크리트다. 전 세계가 한 해 배출하는 500억t 이상의 온실가스 중 34%는 전기 생산, 31%는 시멘트·철·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나온다. 콘크리트의 핵심 성분인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가 나온다.
콘크리트를 만들려면 자갈과 모래, 물과 시멘트를 섞어야 한다. 시멘트를 제조할 땐 탄산칼슘이 필요하다. 탄산칼슘을 얻으려면 탄소와 산소로 구성된 석회암을 수천 도가량의 고온에서 태우면 된다. 이때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1t의 시멘트를 만들면 이산화탄소 1t이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국이다. 2위 인도를 일곱 배가량 앞선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카비크리트는 세계 최초의 ‘탄소 흡수 콘크리트’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시멘트 대신 강철 슬래그를 쓰는 게 이 기업의 핵심 기술이다.
슬래그는 금속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다. 땅에서 캐는 금속은 대부분 산소와 결합한 상태다. 철광석도 마찬가지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한 뒤 소량의 탄소(1% 미만)를 더해 산소를 빼내면 강철이 만들어진다. 강철을 제조하려면 1700도 이상 고온에서 철광석과 코크스를 함께 녹여야 한다. 1t의 강철이 만들어질 때 이산화탄소 1.8t이 배출된다. 시멘트의 1.8배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카비크리트는 강철 슬래그를 건설 골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해 ‘이산화탄소 먹는 콘크리트’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이 스타트업은 강철 슬래그를 골재 및 물과 혼합한 뒤 이를 거푸집에 부어 신개념 콘크리트 블록(CMU)을 제작했다. 공장 배출구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불어넣는 특수 챔버도 개발했다. 이 챔버에 해당 CMU를 넣으면 CMU가 24시간 내 경화되면서 콘크리트가 나온다. 카비크리트 관계자는 “이산화탄소가 영구적으로 포집돼 안정적인 탄산칼슘으로 변환되고, 동시에 공극도 채우면서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CMU 생산 공장이 이 기술을 도입하면 연간 2만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고, 4400㎥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비크리트 CMU의 단점은 이산화탄소 흡수가 특수 챔버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 주조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믹서 트럭에 실을 수 없고, 건설 현장에서 바로 타설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다. 이 때문에 카비크리트는 CMU를 판매하는 대신 프리캐스트(CMU 또는 슬래브 성형) 시설에서 이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콘크리트 제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맥길대 졸업생 2명이 창업한 카비크리트는 올초 1730만달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달 5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올해까지 세계 136개국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가세했다. 정부가 올해를 ‘탄소중립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내년 탄소중립 기술 연구개발(R&D)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조업, 건설업 중심 국가인 한국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공장을 돌리고 건물을 올릴 땐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의 효율적 수단으로 원전 확대를 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를 열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소 공급 관련 임무지향형 R&D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소에 버금가는 탄소 배출원이 시멘트 제조 공장이다. 물 다음으로 지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 콘크리트로 알려져 있다. 도로, 학교, 가정, 사무실 등 도처가 콘크리트다. 전 세계가 한 해 배출하는 500억t 이상의 온실가스 중 34%는 전기 생산, 31%는 시멘트·철·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나온다. 콘크리트의 핵심 성분인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가 나온다.
콘크리트를 만들려면 자갈과 모래, 물과 시멘트를 섞어야 한다. 시멘트를 제조할 땐 탄산칼슘이 필요하다. 탄산칼슘을 얻으려면 탄소와 산소로 구성된 석회암을 수천 도가량의 고온에서 태우면 된다. 이때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1t의 시멘트를 만들면 이산화탄소 1t이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국이다. 2위 인도를 일곱 배가량 앞선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카비크리트는 세계 최초의 ‘탄소 흡수 콘크리트’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시멘트 대신 강철 슬래그를 쓰는 게 이 기업의 핵심 기술이다.
슬래그는 금속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다. 땅에서 캐는 금속은 대부분 산소와 결합한 상태다. 철광석도 마찬가지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한 뒤 소량의 탄소(1% 미만)를 더해 산소를 빼내면 강철이 만들어진다. 강철을 제조하려면 1700도 이상 고온에서 철광석과 코크스를 함께 녹여야 한다. 1t의 강철이 만들어질 때 이산화탄소 1.8t이 배출된다. 시멘트의 1.8배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카비크리트는 강철 슬래그를 건설 골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해 ‘이산화탄소 먹는 콘크리트’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이 스타트업은 강철 슬래그를 골재 및 물과 혼합한 뒤 이를 거푸집에 부어 신개념 콘크리트 블록(CMU)을 제작했다. 공장 배출구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불어넣는 특수 챔버도 개발했다. 이 챔버에 해당 CMU를 넣으면 CMU가 24시간 내 경화되면서 콘크리트가 나온다. 카비크리트 관계자는 “이산화탄소가 영구적으로 포집돼 안정적인 탄산칼슘으로 변환되고, 동시에 공극도 채우면서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CMU 생산 공장이 이 기술을 도입하면 연간 2만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고, 4400㎥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비크리트 CMU의 단점은 이산화탄소 흡수가 특수 챔버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 주조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믹서 트럭에 실을 수 없고, 건설 현장에서 바로 타설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다. 이 때문에 카비크리트는 CMU를 판매하는 대신 프리캐스트(CMU 또는 슬래브 성형) 시설에서 이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콘크리트 제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맥길대 졸업생 2명이 창업한 카비크리트는 올초 1730만달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달 5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