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생활가전기업에 ‘화이트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흰색을 강조한 제품을 잇달아 전진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특정 계층이 선호하는 화려한 색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고 거부감이 적은 흰색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3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화이트 마케팅 열기가 가장 뜨거운 제품군은 인덕션이다. 쿠첸은 최근 흰색에 세라믹 재질로 깔끔함을 강조한 ‘화이트 3구 인덕션 더 블랑’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코렐도 흰색을 강조한 ‘더 슬림 인덕션 저스트화이트’로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코웨이는 기존 ‘노블 인덕션 프리덤’에 흰색 계열인 오트밀베이지 색상을 추가했다.

흰색 물결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미니 세척기 등 소형 가전제품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코웨이는 ‘아이콘 정수기2’(사진)와 ‘노블 정수기’ 및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군에 흰색을 구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로봇가전 브랜드 에코백스도 로봇청소기 ‘디봇 X1 옴니’ 화이트 컬러를 최근 출시했다. 앳홈도 흰색 ‘미닉스 미니 건조기’가 주력 제품이다. 베이지와 그린 등 여러 색상 제품이 있지만 흰색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80%를 웃돈다. 앳홈 관계자는 “다음달 초 출시되는 ‘미닉스 식기세척기’와 내년 상반기 출시 목표인 ‘미닉스 의류 관리기’도 흰색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마케팅이 활발한 것은 불황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불황 장기화로 필수 구매품이 아닌 가전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특정 계층을 겨냥한 색보다 비호감도가 낮은 흰색을 강화해 수요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가전제품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29조3749억원) 대비 3.8% 쪼그라든 28조235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전 매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불황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소비자들이 안정감을 주는 흰색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