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노출 우려 복면·모자 쓰고 시위 참가
중국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이른바 '백지 시위'가 31일 서울 대림동에서 열렸다.

최근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이 불거진 뒤 처음 열리는 재한 중국인들의 반체제 시위다.

중국 유학생과 재한국제인권연대 회원 6명은 이날 오후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집회하고 "중국과 이란, 러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우리는 전체주의 정부와 폭력적인 통치를 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 장소에는 '자유 중국, 우리의 의무'라고 적힌 깃발과 함께 중국 정부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붉은 바탕에 노란색 별이 새겨진 '오성홍기' 대신 흰 바탕에 검은 별을 그려 넣은 깃발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운동을 지지하는 우리는 한국에서 2023년 인권 운동의 출발을 위해 모였다"며 "하얀색 중국 깃발, 이른바 '백저흑성기'는 민주주의를 부르는 더 많은 곳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외쳤다.

일부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서인지 모자를 깊게 눌러쓰거나 복면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여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 내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 현장에는 경찰도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집회 참가자들은 비밀경찰서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0일에도 각각 마포구 홍대입구역과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백지 시위를 했다.

집회를 조직한 중국인 대학원생 A(30)씨는 "우루무치 사고 이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였다"며 "앞으로는 주말마다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백지 시위는 지난달 24일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신장위구르지역 우루무치의 고층 아파트 화재가 도화선이 됐다.

봉쇄 탓에 불이 제때 진화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확산했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중국 여러 지역으로 번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