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망 2023 이코노미스트] 실제 쓸 곳 밝혀져야 '암호화폐 겨울' 끝난다
2022년은 ‘암호화폐의 겨울(crypto winter)’ 그 자체였다.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가 몰락한 데 이어 굵직한 암호화폐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대형 거래소 FTX와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채굴업체 코어사이언티픽 등이 무너졌다. 주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야심 차게 투자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도 명확한 결과를 내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냈다.

2023년 암호화폐의 미래를 둘러싸고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세계대전망>에서 “암호화폐 업계가 냉각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비들(BUIDL)’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진단했다. 비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넘어 암호화폐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자는 뜻의 용어다. 여전히 암호화폐의 미래를 긍정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며, 그동안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한 거액의 자본 덕분에 관련 기업들이 버틸 힘도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증명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러드 그로스 JP모간자산운용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또는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지 않았던 기관투자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암호화폐의 실질적 용도가 밝혀지지 않으면 암호화폐의 겨울은 또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며 회사명까지 바꾼 미국 기술기업 메타의 경우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며 주가가 2022년 66%(12월 28일까지 기준) 떨어졌다. 반전의 기회는 하드웨어의 발전 및 보급 여부에 있다는 평가다. 빅테크들이 준비 중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헤드셋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