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진=경기북부경찰청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진=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이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으나, 실제 인상과 전혀 달라 재범 예방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12월 29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씨의 나이와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기영의 선택으로 운전면허증 사진이 배포됐다.

그러나 공개된 사진을 촬영할 당시와 현재의 나이대가 같지 않고, 증명사진 촬영 시 후보정 작업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어 실물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찰은 그를 검거한 후 새로 촬영한 '머그샷'(구속된 피의자를 사진 촬영·공개)을 공개하려 했지만, 이씨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인권 보호 차원에서 머그샷 공개는 강제할 수는 없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여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검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포토라인에 섰을 때 얼굴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때도 이씨 본인이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유사한 논란은 지난 9월 '신당역 살인사건'의 범인 전주환(31)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도 있었다. 전주환은 스토킹하던 20대 동료 여성을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고, 경찰은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경찰이 배포한 증명사진과 이후 검찰에 이송되면서 취재기자들이 촬영한 얼굴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흉악범의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함으로써 유사 범행을 예방하고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신상 정보의 공개는 최소한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 경찰청 인권위원회의 권고다. 지금까지 머그샷이 공개된 피의자는 지난해 12월 헤어진 여자친구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석준(25) 정도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