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고졸 출신 주인공…생생한 직장 로맨스 나왔죠"
“어릴 적 꿈이 방송 작가였어요.”

스토리 공모전 당선자들이 흔히 말하는 클리셰다. 2023 한경 신춘문예 스토리 부문 3등 당선자인 임정하 씨(38) 역시 그랬다. 하지만 임씨의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을 나가면 곧잘 상을 타긴 했지만 그는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홍보(PR)와 마케팅 분야에서 15년 넘게 일한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삶이 힘들 때마다 TV를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그러면서 저런 대사는 어떻게 썼을까, 나도 저런 거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가끔 생각나면 휴대폰 메모장에 쓰기도 하고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제대로 뭔가를 써볼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그러다 재작년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에 작품을 내본 게 도약의 계기가 됐다. 당선은 못 했지만 당시 심사위원이던 문유석 작가가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준 것. 마침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육아 휴직을 신청할 참이었다. 그렇게 작년 상반기 반년 정도 문 작가의 보조 작가로 일했다. 판사 출신으로 유명한 문 작가는 ‘미스 함무라비’, ‘악마 판사’ 등 두 편의 드라마 극본을 쓴 베테랑이다.

“문 작가님이 세 번째 드라마 작품을 쓰는 걸 일부 도와드렸어요. 팩트 정리, 자료 조사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죠. 그 과정에서 대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임씨는 이번 한경 신춘문예 스토리 부문 본심에 두 편의 작품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그중 3등 당선작인 ‘문제적 연애사(社)’는 그룹 최초로 고졸 출신 계열사 대표가 된 여성과 재벌가 출신 남성 비서의 회사 생활을 그린 로맨스다. 처음 기획은 단순히 능력 있는 여성 대표와 남자 비서의 로맨스였다. 좀 밋밋했다. 그때 “네 이야기를 써보라”는 조언을 들었단다.

“실제로 제가 고졸이거든요. 누구나 한 번쯤 갑이 되고 싶은 상상을 해볼 텐데 고졸 출신 대표와 재벌가 출신 비서란 설정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며 느끼고 경험했던 부분을 녹여가며 스토리를 구성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로맨스의 여왕’을 꿈꾼다. 본심에 오른 다른 작품도 로맨스였다.

“요즘 장르물이 유행이긴 하지만 로맨스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요. 특히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인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로맨스의 매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예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