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가 겹친 글로벌 복합 위기를 맞은 은행권이 올해는 ‘영업’ 강화를 앞세워 여수신 자산 확대에 나선다. 수조원대의 이상한 해외 송금과 수백억원대 횡령 등 금융사고로 몸살을 겪은 만큼 ‘내부통제’ 조직도 신설했다.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분야엔 부회장과 부행장 등 고위 임원들을 배치해 힘을 실었다.
은행들 새해 키워드 '영업·내부통제·디지털'

앞다퉈 영업그룹 확대 개편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 조직을 강화했다. 수출 감소 등 제조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예금·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15일 기준 693조6469억원으로 2021년 말(709조529억원)보다 15조원 넘게 줄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광역·지방자치단체 금고와 법원 공탁금 보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관고객그룹 산하에 기관영업본부를 신설했다. 많게는 수조원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관영업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거둘 수 있는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지역 영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존 충청 외에 중앙·영남·호남영업그룹을 신설했다. 본점도 기관영업 확장을 위해 기관사업본부와 금융기관영업유닛을 각각 기관영업그룹과 금융기관영업부로 격상했다. 은행원 생활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보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영업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신성장기업영업본부를 신설했다. 투·융자를 통한 자금 지원 외에도 기업 컨설팅 등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협은행도 기업투자금융부문 내 투자금융부를 투자은행(IB) 사업부와 프로젝트금융부로 분리해 사업 전문성을 키우기로 했다.

감사는 꼼꼼히…디지털은 투자 확대

은행들은 영업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 판매와 지난해 문제가 된 이상 해외 송금,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비해 내부통제 조직도 강화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고 외환거래 모니터링 전담팀을 새로 만든다. 신한은행도 내부통제 체계 혁신 컨트롤타워인 준법경영부를 신설했다. 영업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준법감시 인력을 지역본부에 배치한다. 우리은행은 내부감사 조직인 검사실의 기능 중 본부조직 감사 기능을 분리해 ‘본부감사부’를 만들었다.

금융 플랫폼 등 디지털 조직은 대폭 확대됐다. 윤종규 회장이 ‘넘버원(No.1)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디지털에 힘을 싣고 있는 KB금융은 ‘고객경험디자인센터’와 ‘테크혁신센터’ 등 전문가 조직을 새로 꾸렸다. 국민은행 등 계열사 앱 UX·UI(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IT총괄 산하 데이터본부도 ‘데이터총괄’로 격상해 금융 인공지능(AI)센터를 배치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디지털전략그룹을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이노베이션그룹으로 확대 재편했다.

KB에 이어 ‘3인 부회장 체제’를 도입한 하나금융은 박성호 부회장을 그룹디지털부문에 배속해 디지털 신영역 개척에 나선다. 우리은행도 뱅킹 앱인 ‘우리WON뱅킹’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뉴WON추진부’를 신설했다. UX·UI 업무는 고객경험디자인센터로 한데 모았다. 농협은행은 부행장급이 맡는 부문장까지 만들며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셀 조직에서 별도로 운영하던 디지털전환(DT) 관련 조직을 각 부서 내 팀으로 전환하고 이를 관리할 DT부문을 신설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