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투자를 통해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짓는다. 중동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와 자동차 생산 선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업광물자원부는 트위터에서 “사우디 내 제조 역량을 끌어올려 산업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체결식에는 반다르 빈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김선섭 현대차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사우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MOU는 사우디와 현대차가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 CKD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반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면 현지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중동 첫 반제품 수출을 사우디로 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미국 인도 중국 등 8개국에 완성차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사우디는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엔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에 본격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나 전방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도심항공교통(UAM)과 친환경차 등을 활용한 스마트모빌리티 구상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사우디 아람코와 친환경 합성연료를 공동으로 연구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앞서 대만 폭스콘과 합작회사 시어를 설립했다. 전기 세단 및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2025년 출시할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현지화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한 투자 기회를 적극 알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규/선한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