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서 배터리 핵심 광물의 조달 가능 국가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외에 다른 나라를 추가할 수 있다는 완화 의견을 내놨다. 한국 배터리업계가 ‘탈중국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꾸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美 IRA 완화…韓 배터리업계 '탈중국 공급망' 청신호
한국 배터리업계는 캐나다 호주 칠레 등 미국과의 FTA 체결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FTA 미체결국에서도 니켈과 리튬 등 핵심 원자재를 조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포스코 등과 합작으로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지어 니켈 원광을 채굴해 제련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SK온도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기업 GEM과 인도네시아 현지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건설해 글로벌 배터리 공장에 원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그룹은 1350만t의 리튬이 매장된 아르헨티나 염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한국 배터리업계의 공급 능력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우리 업체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의 북미 조립·제조 비율, 핵심 광물의 미국 또는 미국과의 FTA 체결국 추출·가공 비율을 계산하는 방법도 발표했다. 개별 부품과 광물이 아니라 전체 부품과 광물의 공급망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닌 곳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IRA에 따른 보조금 대상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론상으로 중국에서 추출한 원자재를 한국 칠레 등으로 가져와 가공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국 배터리업계는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GEM은 한국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 위해 지난달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잇달아 회동했다. 원통형 배터리 제조업체 금양은 “GEM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세청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브랜드는 테슬라가 8개(세부 모델별)로 가장 많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각각 6개로 뒤를 이었고, 아시아 브랜드 중에선 닛산(5개)만 보조금을 받게 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