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 근로감독 면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대기업 노조원 등의 ‘노동 기득권’을 만들어낸 호봉제보다 비정규직·청년에게 유리한 직무급제를 민간에 확산시키려는 의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직무급제 도입 기업에 법인세 등 세액공제, 직무급제 도입 컨설팅 비용, 근로감독 면제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특정한 임금체계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직무급제 전환과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공기업 위주의 민주노총에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 등을 삭감하고, 비정규직 또는 청년 중심 노조 등에 집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호봉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호봉제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약 14%에 달하는 293만 명의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왔다. 노조의 보호 아래 고용안정성이 유지됐고, 호봉은 매년 쌓였다. 노조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금융·공공기관 등이 그 혜택을 받았다.

반면 비정규직·청년의 임금은 대부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고용이 불안정해 호봉이 올라가기 어려운 탓이다.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의 임금 격차는 점차 확대됐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은 지켜지지 못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권고문을 통해 “규모가 크고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과 금융 및 공공부문에서 특히 (호봉제의) 활용도가 높다”며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임금체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종사자 다수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된다”고 평가했다.

직무급제 전환은 고령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육체근로자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고령화로 인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호봉제를 유지하며 정년 연장이 이뤄질 경우 기업의 임금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중장년이 장기적으로 일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